네살박이 어린이 뜻깊은 새해선물… 4명에게 새 생명 주고 떠나
입력 2014-01-02 16:08
[쿠키 사회] “목청이 크고 성격이 밝은 아이였죠. 병원에 오기 전날에도 하루 종일 밖에서 뛰놀았어요. 아이의 밝은 성격이 새 생명을 받은 이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네 살배기 여자 어린이가 4명의 환자에게 뜻 깊은 새해 선물을 안기고 짧은 삶을 마감했다. 전북 완주군 상관면의 정진아(4·사진)양.
2일 전북대병원에 따르면 진아 양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지난달 15일 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다. 그러나 소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 온 진아 양은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진아 양의 부모는 충격과 슬픔이 컸지만 딸의 장기를 기증하는데 동의했다. 짧았지만 값진 삶이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딸이 마지막으로 좋은 일을 하고 갈수 있게 된 것을 큰 위안으로 삼고 싶습니다.”
진아 양의 부모는 딸이 산타할아버지 모자를 쓰고 있는 사진을 보며 또 한번 복받쳐 울었다. 이 사진은 2012년 성탄절에 유치원에서 찍은 것이다.
전북대병원 이식팀은 지난달 30일 뇌사판정위원회의 뇌사판정 이후 심장과 간장, 신장(좌, 우)을 적출했다. 간장과 신장 1개는 31일 전북대병원에서 이식됐고, 심장과 나머지 신장 1개는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으로 전달됐다.
진아 양은 5살 많은 언니와 남다른 우애를 보이며 친하게 지냈다. 진아 양 부모는 큰 딸에게 동생이 하늘나라로 간 것은 알렸지만, 차마 장기기증 내용은 말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아 양 아버지 정모(42)씨는 “결혼 당시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부부가 수년전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며 “자식일이다보니 결정이 쉽지 않았지만 진아가 허무하게 가는 것보다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이 훨씬 뜻 깊은 일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북대병원에서 신장을 이식받은 환자의 어머니 정모(65)씨는 “자식이 11년간 투병을 하며 고생을 했는데 수술을 잘 마쳐 기쁘다”며 “정말 감사하다. 큰 선물을 주신 분들을 만나고 싶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눠주며 살겠다”고 말했다.
신장이식 수술을 집도한 전북대병원 유희철 교수는 “큰 슬픔을 이기고 소중한 딸의 장기를 기증해 준 부모님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며 “이들의 아름답고 고귀한 선택이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