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15년차 시인의 산문집, 시처럼 현란한 문장들

입력 2014-01-03 01:32


각설하고,/김민정(한겨레출판·1만2000원)

톡톡 튀는 감수성으로 주목 받아온 시인의 첫 산문집.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등의 시집을 통해 드러낸 춤추는 이미지의 글발, 다시 말해 카니발 시어들의 현란한 몸짓을 유감없이 보여준 그가 산문에서도 어깨를 들썩이는 춤사위를 연출해 낸다.

“진짜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좀 둘러보렵니다. 그리고 곁이 되는 이들에게 틈을 내볼 요량입니다. 그래서 누구든 깃든다면, 깃들게 할 수 있다면 양팔 위로 새똥 퐁퐁 쌓인들 무슨 대수겠어요. 모두 모여 숲이 되자고요. 풍요로운 숲으로 우리 서로에게 산소방울로 터져 보자고요.”(‘곁이라는 거리’)

대학 4학년 때 잡지 만드는 일에 뛰어든 것을 시작으로 15년 동안 출판사 에디터로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살아온 그는 정작 자신의 시 창작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었는데, 그나마 자신을 보호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산문이라도 끼적거렸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등단 15년차를 맞아 그동안 여러 매체에 연재했던 글을 추려 책 한 권을 묶었으니, 산문집은 과거로 쓸려간 생의 열정을 중간결산하고 다시 시인으로 돌아오려는 하나의 징후로 읽힌다. 그가 쓰면 무엇이든 춤이 되는 그런 시의 탄생을 예고하는 산문집이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