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지도로 시작된 우리 판화… 시대정신 담아내

입력 2014-01-03 01:32


한국 근대 판화사/홍선웅(미술문화·1만8000원)

구한말 개화기와 일제강점기, 6·25전쟁 직전까지의 해방공간 등 세 시기를 근대 판화작품을 통해 살펴본다. 시대별 판화 각법(刻法)과 제도의 변화, 작가와 작품이 지닌 시대정신, 작가들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작업했는지 등을 소개하고 있다. 소설가 조정래의 ‘태백산맥’ 표지화를 제작한 판화작가인 저자가 발품을 팔아 모은 자료를 집대성했다.

조선후기부터 개화기까지 주로 보급된 목판화는 조선지도와 세계지도이다. 서구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앞장선 실학자들 덕분에 훌륭한 지도가 제작될 수 있었다. 조선후기 문신 유척기(1691∼1767)는 1721년 청나라에 갔다가 귀국하면서 세계지도가 그려진 ‘곤여전도(坤與全圖)’를 가지고 왔다. 이를 바탕으로 목판 ‘곤여전도’를 만들어 천문지리 연구 등에 요긴하게 활용했다.

개화기에는 신문, 교과서, 종교서, 문학서 등에 목판화가 실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글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일제강점기에는 나혜석의 ‘조선지광’ 표지, 최지원의 ‘걸인과 꽃’ 등 민족주의 색채가 강한 판화가 다수 등장했다. 판화가 고유 장르로 인정받은 조선미술동맹 제1회 미술전(1946년) 출품작 등 200여점의 도판과 함께 판화의 역사를 들려준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