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2014년 한국, 그리고 세계는… 쏟아져 나온 미래전망서들 미리 보는 갑오년

입력 2014-01-03 02:36


우리가 사는 세상의 불확실성이 나날이 커지면서 개인의 삶 또한 갈수록 불안하다. 2014년 새해를 맞아 한국, 그리고 세계는 어떻게 변화할지 조명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정신없이 흔들리는 세상에서 넘어지지 않으려면 내 속의 중심을 잘 지키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그래도 세상이 어떻게 흔들릴지 알아둔다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새해에 맞춰 나온 미래 전망서 등을 통해 2014년 세상을 그려본다.

◇글로벌 미래가 궁금하다면=전 세계 120개국에서 동시 출간되는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세계경제대전망’(한국경제신문)은 2014년 글로벌 경제 시장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을 준다. 먼저 미국 기업들이 비즈니스 세계의 정상을 재탈환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반면 그동안 무섭게 미국을 위협했던 중국은 상대적으로 정체기에 빠지며 다소 주춤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 분야에 있어 2014년은 민주주의가 크게 회자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흥미롭다.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영토가 큰 국가들의 총선과 대선뿐 아니라 미국의 중간선거, EU(유럽연합)의 28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유럽 의회 선거 등을 통해 유권자들의 분노가 표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기존의 강대국이 아니라 신흥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트라 마켓 트렌드 2014’(청림출판)는 인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신흥 시장을 중점 분석하고 9가지 트렌드를 정리한 뒤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색한다.

좀더 포괄적으로 미래사회의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면 ‘유엔미래보고서 2040’(교보문고)을 펼쳐 보는 게 좋을 듯하다. 미래학자와 밀레니엄 프로젝트, 퓨처리스트 등의 미래전망을 모아 2014년부터 2060년까지의 예측 연표를 그렸다. 각종 혁신 기술이 가져올 우리 삶의 구체적인 변화에 대한 전망은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까’ 싶을 정도로 놀랍다. 2045년 즈음엔 우리 뇌와 컴퓨터를 바로 연결시켜 굳이 학습하지 않아도 지식이 입력되는 일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한국 경제,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과 고령화에 대비하라=앞서 소개한 책들은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도 함께 싣고 있다. 유엔보고서는 철강산업, 자동차산업 등 한국에서 추락하는 7가지 산업 분야를 들여다보며 대안 모색을 서두르라고 주문한다. 탄소 신소재인 탄소나노튜브 및 그래핀, 카르빈 등이 대두되면서 철강산업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무인자동차와 전기자동차의 개발로 기존의 자동차산업은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며 스마트그리드와 대체에너지 개발로 대형전력공급업체 추락 등이 예상된다.

보다 단기적이고 구체적인 한국 경제 전망은 일본의 최고 민간경제연구소가 낸 ‘노무라종합연구소 2014 한국경제대예측’(청림출판)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자동차산업은 신흥 시장 중심으로 재편되고 친환경차, 전기자동차 등이 확산되는 현실에 직면했다. 스마트폰 시장과 글로벌 가전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현지화를 통한 신흥국 시장 공략, 프리미엄화를 통한 선진국 시장 공략 등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를 언급하는 데 있어 눈에 띄는 대목은 ‘고령화’ 문제다. 모든 책들이 한결같이 한국은 고령화 문제의 해결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이 낮기 때문에 저축을 하거나 정년 이후의 수입 수단이 없는 한 노후생계 보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처럼 개인의 자구 노력에 맡기기 위해서는 과감한 소득촉진 정책을 해야 하고, 사회보장제도를 충실히 하려면 세금과 보험료 부담액 증가라는 사회적 설득을 이뤄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갈수록 거세지는 세대 전쟁=이렇듯 고령화 문제가 심화되면서 베이비부머 세대인 50대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50∼60대와 일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20∼30대의 박탈감과 저항감도 만만치 않다. ‘불안 권하는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는다’(지식노마드)는 리서치 전문회사인 엠브레인의 트렌드 분석 조사를 토대로 현재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20대와 50대의 ‘동상이몽’을 통해 세대 갈등이 더욱 커질 것임을 예고한다.

어느 세대보다 ‘돈’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50대는 경제 상황 악화, 집값 하락, 실직, 가계부채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이 책은 직장에 대한 20대의 사고도 흥미롭게 보여준다. “20대에게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적성에 관계없이’ ‘시키는 일’을 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간단한 설문 조사를 통해 각 세대의 가치관을 흥미롭게 드러내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50대와 위험한 청춘 20대의 세대 갈등은 ‘세대전쟁’(이인시각) 등의 책을 통해 좀 더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거시 경제 전망보다 트렌드 전망이 궁금한 이들에게는 ‘라이프트렌드 2014 그녀의 작은 사치’(부키)가 도움이 될 것이다. 피부를 위한 화장품부터 명품가방, 이어폰까지 자기만의 스타일에 눈뜬 ‘꽃중년’ 남성, 불황 속에서도 자신을 달래기 위해 작은 사치를 각오하는 30∼40대 ‘언니’들의 소비 패턴과 그 이유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