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의 미디어비평] 나가수의 진화, 노래가 마음을 열다… 히든싱어 VS 퍼펙트싱어
입력 2014-01-02 00:18
[친절한 쿡기자] MBC ‘나는 가수다’는 지난 2012년 대중가요를 가요프로그램이 아닌 예능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원조격 프로그램이었다. ‘노래가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하는 시청자들의 기다림속 설레임이 매주 넘쳐흘렀다. 노래가 감동과 행복을 주는 새로운 예능의 소재임을 처음 알게된 계기였다.
나가수 같은 장르가 최근 창의적인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바로 jTBC의 히든싱어와 tvN의 퍼펙트싱어다. 보는 시각마다 좀 다르겠지만 두 프로그램은 역시 ‘노래’를 소재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다. 나가수 시즌 1,2에 못지 않은 감동과 행복을 준다.
먼저 히든싱어는 멀티버라이어티 뮤직쇼의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단순 예능오락이 아닌 음악성과 심미적 구성으로 시청자들이 모창의 마력에 빠져들게 만든다. 모창자는 물론 시청자들 역시 스스로 ‘진짜 가수가 될 수 있다’는 설레임을 주는 반면 진짜인 원조가수는 자칫 모창자에게 수모를 당할 수 있는 반전의 포맷이다. 이러한 극적인 반전이 프로그램 내내 계속된다. 제작진 말대로 그동안 ‘보던 음악’에서 ‘듣는 음악’으로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히든싱어는 매회 노래의 감동과 극적 반전이 어울려 시청자들을 잡아당긴다. 한마디로 ‘진짜가 누구냐’보다는 ‘진짜를 뺨치는 모창자가 누군가’라는 흥분이 버라이어티 리얼 뮤직쇼를 충분하게 구성하고 있다. 시청률이 5~6%를 오르내리는 등 고공행진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난 12월 28일 밤 방송된 고 김광석의 노래를 다룬 ‘히든 스토리’는 진한 감동을 주었다. 17년전 홀연히 떠난 고 김광석의 노래는 모창자들의 음성으로 ‘김광석’을 살아있는 가수로 재현해냈다. ‘이등병의 노래’ ‘서른 즈음에’ ‘먼지가 되어’ 등 주옥같은 목소리들은 김광석이 마치 되살아난 듯한 착각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김광석을 좋아해서 그의 노래를 그저 따라불렀던 ‘살아있는 팬’들이 진짜 김광석을 놓고 대결한 셈이다.
지난 2013년 10월 12일 첫방송을 시작한 이래 12회가 방송되었다. 신개념 뮤직 버라이어티쇼라고 프로그램을 규정한 제작진은 창법에 영혼을 담았다고 한다. 실제 이미 전설이 된 가수들의 노래들은 모창을 통해서 비슷하면서도 새로운 창법으로 새로 되살아나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출연 가수만 봐도 호화군단이다. 1회 임창정부터 신승훈, 조성모, 김범수, 주현미, 윤도현, 남진, 아이유, 박진영, 김윤아, 휘성까지 내노라하는 가수들이 총출동했다. 그들은 단순 출연이 아니라, 자신을 어떤 면에서는 뛰어넘는 모창자가 신선한 충격이자 전율스런 감동이었을 것이다.
나아가 모창할 정도로 자신의 노래를 사랑하고 아끼는 팬들과의 ‘극본없는 무대위의 만남’이 큰 감동이 되기도 한다. 흘러간 가수인줄로만 알았던 자신에 대해, 세월을 넘어서도 여전히 애정을 주는 팬들을 발견한다. 실례로 사업실패후 자살을 기도하다 남진의 노래를 듣고 새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는 남진 모창자는 시청자에게 진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방청석 프레임도 극적효과를 낸다. 원조가수를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는 연예인들과 주변 지인들의 방청도 볼거리 중의 하나다. 게다가 진행을 맡은 전현무의 사회보는 스킬 역시 극적인 효과와 반전의 오르내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광고보고 가겠다’는 전현무의 멘트가 그다지 밉지 않은 이유가 바로 그것이 아닌가 한다.
퍼펙트싱어는 히든싱어와 다른 포맷이다. 가수들로 구성된 가수군단과 비가수로 구성된 드림싱어 두 팀의 대결은 흥미롭다. 소위 V-스캐너를 통한 기계적인 채점을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노래방의 점수기와는 다르다. 오히려 기술적 점수(80%)와 예술적 점수(20%)로 구분하는 방식이 시청자의 관심을 끌만큼 독특하다. 음정과 박자, 당김음, 바이브레이션까지 동시에 완벽해야만 한다.
자신의 노래를 기계가 점수화한다는 가수들의 거부감도 그다지 찾아볼 수 없다. 5라운드 동안 전문가수와 비전문출연자의 노래 대결은 그들이 그저 노래를 부르고 즐기고 점수로 확인하는 사이 가수와 비가수의 전문적 영역은 어느새 사라진다. 오히려 비가수인 드림싱어측에서 최고점수를 받는 MVP가 더 많이 나왔다. MVP가 마지막에서 V-스캐너의 만점을 받느냐 하는 고도의 긴장감도 낳는다. 만점을 받는 그야말로 퍼펙트싱어는 금 100돈을 받음으로써 도박적 흥행요인을 포맷에 끼워넣어 긴장감은 배가된다. 여기서 퍼펙트싱어는 히든싱어와 달리 감동보다 엔터테인먼트를 더 강화했다.
2013년 8월 30일 첫 방송을 시작한 퍼펙트싱어는 이제 17회까지 진행되었다. 아직 시청율은 1~2% (닐슨 코리아 기준)를 넘나드는 낮은 수준이다. 방송횟수로 보면 히든싱어에 비해 아직 떨어진다. 히든싱어와 비슷한 뮤직버라이어티쇼의 구성으로서 매주 금요일 저녁 시청자의 주목을 끌고 이면엔 강한 음악성과 오락성이 있다.
히든싱어나 퍼펙트싱어는 모두 나가수 같이 노래를 예능의 소재로 삼았다. 제작진은 노래가 주는 즐거움을 눈여겨 보았던 것 같다. 그런 탓에 MBC의 나가수가 몰고왔던 노래 열풍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두 프로그램은 같은 장르이면서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화해가고 있다. 이제 히든싱어는 단순 모창 수준을 넘어 갈수록 음악성까지 갖추는 포맷으로 더욱 발전해가고 있다. 반면 퍼펙트싱어는 완벽한 창법에 강한 오락성을 혼합한 포맷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둘 다 시청자들이 감동을 느끼는 노래를 소재로 한 대표적인 예능프로그램이다.
두 프로그램은 나가수가 첫 방송되었을 당시의 감동과 행복을 주었던 기억을 되살려 놓고 있다. 원조가수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되는 경쟁구도, 그리고 비가수 출연자는 물론 시청자들도 ‘나도 가수다’라는 자신감을 갖고 몰입도를 높이도록 한 포맷은 나가수와 닮았다.
‘노래는~ 언제나 행복하고 감동을 준다’는 기본적인 노래의 예능적 본질을 재발견한 창의적인 프로그램으로 손꼽고 싶다. 원작에서 한걸음조차 떼지 못하는 복사판 예능프로가 난무하는 요즘, 시청자들은 두 프로그램의 창의적 진화를 2014년에도 더욱 주목하게 될 것 같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경호 논설위원 겸 방송문화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