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고가서 분신 40대 숨져… 수첩에 ‘안녕하십니까’ 글
입력 2014-01-02 02:28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한강대로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서 분신한 이모(40)씨가 1일 사망했다. 이씨가 남긴 수첩에는 최근 대자보 열풍과 흡사한 ‘안녕하십니까’란 제목의 글이 적혀 있었다.
이씨는 분신 14시간여 만인 1일 오전 7시55분쯤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 전신 3도 화상으로 사망했다. 분신 직전 쇠사슬로 자신의 손을 묶은 채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라고 적힌 플래카드 2개를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현장에서 발견된 수첩에서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로 시작하는 17줄 분량의 글이 발견됐다. ‘짐을 지우고 가서 미안하다. 슬퍼하지 말고 행복하게 기쁘게 갔다고 생각해라. 엄마를 부탁한다’는 글과 5줄 분량으로 휘갈겨 쓴 ‘떨쳐 일어나라’는 글도 있었다.
이씨는 일주일 전 가입한 보험의 수급자를 동생 명의로 바꿔놓고 휘발유통, 톱밥, 압축연료 등을 미리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의 편의점에서 매장 관리 일을 해왔으며 소속된 정당이나 사회단체는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인이 형의 사업을 돕느라 3000만원의 빚을 지고 신용불량자가 된 건 사실이지만 빚 부담이 자살에 영향을 줬는지는 유족 간 진술이 엇갈린다”며 “정확한 동기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 빈소에는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과 강기정 의원 등 200여명이 조문했다. 28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가정보원시국회의는 “1일부터 4일간 시민사회장으로 장례를 치른 뒤 4일 서울역 광장에서 영결식을 하고 광주 망월동 묘역에 안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