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더 우향우… 우경화 행보 2014년 계속 시사
입력 2014-01-02 02:28
연말연시를 맞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헌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태평양전쟁 당시 가미카제 전투기 조종사의 얘기를 담은 영화를 관람했다. 여기에 아베 내각의 총무상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등 거침없는 우경화 행보가 계속됐다.
아베 총리는 1일 발표한 연두성명에서 “강한 일본을 되찾기 위한 싸움은 이제 막 시작했다”며 “일본의 새로운 나라 만들기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또 “헌법이 제정된 지 68년이 되는 지금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여 개정을 위한 국민적 논의를 더욱 심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의 이런 언급은 아베노믹스 등을 통해 단단히 다진 집권 기반을 바탕으로 전후 평화헌법의 핵심 조항인 헌법 9조를 개정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전환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등 군사대국으로 만들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집권 자민당도 아베 총리의 의도대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달 소집되는 정기국회에서 헌법 개정 절차를 정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여론몰이를 위한 국민과의 대화도 개최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자민당은 올 5월 3일 헌법기념일 전후로 국민투표법 등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4월에는 아베 총리의 사적자문기구인 ‘안전보장의 법적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안보법제간담회)’가 헌법해석 변경을 요구하는 보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31일 도쿄 롯폰기의 영화관에서 부인 아키에 여사와 일본군 자폭특공대의 얘기를 다룬 영화 ‘영원의 제로’를 관람했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태평양전쟁 말기 가미카제 특공대에 참여해 목숨을 잃은 제로센 전투기 조종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특히 원작자인 햐쿠타 나오키는 난징대학살을 부정하고 평화헌법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본 내 대표적인 우익 인사로 아베 총리와 친분이 깊다. 아베 총리는 영화 관람 후 “감동했다”고 말했다. 한편 신도 요시타카 총무상은 새해를 맞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 그는 “전쟁에서 목숨을 희생한 분에게 존숭(尊崇)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사적으로 참배했다”면서 “주변국의 반발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