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네이버·다음 동의의결 잠정안 마련… 소비자 구제효과는 미미

입력 2014-01-02 01:34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행위를 저지르다 적발된 네이버와 다음이 수백억원대의 과징금을 대신할 자진시정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예상수위에 미치지 못하는 시정 및 피해보상안으로 ‘과징금 면피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네이버·다음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건에 대한 잠정 동의의결안을 양사와 30일간 협의를 거쳐 마련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제란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등 제재를 가하는 대신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기업이 소비자 피해구제나 경쟁제한상태 해소 등 시정방안을 제시하도록 해 실질적인 개선을 신속하게 끌어내는 제도다. 지난해 11월 27일 공정위가 네이버와 다음이 신청한 동의의결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2011년 11월 제도 도입 이후 처음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네이버는 거래질서 개선과 소비자 후생을 위해 3년간 1000억원 규모의 지원사업을 벌이겠다고 제시했다. 다음도 40억원 규모의 지원 안을 내놨다. 경쟁질서 회복을 위한 시정방안으로 양사 모두 검색광고 결과가 검색결과와 명확히 구분되도록 광고에 안내마크를 표기하고 음영처리를 하기로 했다. 음악·도서·영화·부동산·쇼핑 등 유료 전문서비스에는 서비스 명칭 앞에 ‘네이버’ 또는 ‘다음’ 문구를 붙여 서비스 성격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네이버와 다음이 내놓은 잠정 안이 불공정행위를 모두 자진시정하고 1000억원대 피해보상액을 담았다고 밝혔지만 상세히 뜯어보면 부족한 점이 많다.

우선 양사는 모두 잠정 안에 ‘시정방안의 효력기간이 3년이며 이후 시정방안 변경을 공정위에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3년 뒤 시장 상황 등을 핑계로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통합검색 시 광고와 정보가 섞여 있는 문제에 대해 광고임을 명확히 밝히겠다고 했지만 시정을 해도 소비자가 작은 표시의 안내 아이콘(ⓘ)을 클릭해야만 광고인지 알 수 있게 돼 있어 노출이 극히 제한적이다. 네이버의 경우 특정 광고대행사가 확보한 광고주에 대한 이관 제한 정책은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만약 공정위가 지난해 동의의결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시정명령을 내렸다면 바로 고쳤어야 했을 부분이다.

소비자 및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구제방안 역시 효과가 의문시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네이버 1000억원 지원 중 현금출자는 200억원이며 나머지는 이미 발표한 공익사업과의 연계 및 현물지원”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비자 후생 지원방안에 ‘정부부처 홍보 지원(네이버)’ ‘자사 유료 서비스 이용자에 한해 서비스 확대(다음)’ 등 관련이 없거나 오히려 자사 영업에 도움이 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공정위는 잠정 안을 홈페이지(www.ftc.go.kr)에 공고하고 2일부터 40일간 잠정안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관련 사업자는 물론 이용자 등 이해관계인이면 누구나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의견수렴 절차가 종료되고 14일 이내에 공정위는 이 안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폐기하고 다시 처벌 절차로 돌아갈지 결정한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