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성형외과들, 부가세 피하고 고객 확보하기… 법 시행 전 거액 예치금 받는 꼼수
입력 2014-01-02 01:31
대학생 조모(25·여)씨는 최근 사각턱 축소 상담을 받으러 서울 압구정동 성형외과를 찾았다가 상담실장으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법이 바뀌어 새해부터 시술비용이 오르니 미리 예치금을 입금하면 싸게 할 수 있다”는 거였다. 조씨는 사각턱 축소용 보톡스 시술비 17만원과 추가 피부관리비 등 무려 217만원을 미리 냈다. 그는 1일 “성형외과 시술은 워낙 비싸서 부가세 10%가 붙으면 상당히 큰 부담”이라며 “어차피 낼 돈이니 조금이라도 싸게 받자는 생각에 예치금을 걸었다”고 말했다.
그동안은 쌍꺼풀, 코, 가슴 확대·축소, 지방흡입, 주름살 제거 등 5가지 수술에만 부가가치세를 부과했다. 정부는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2일부터 치료 목적의 양악수술과 유방 재건수술을 제외한 미용 목적의 모든 성형수술에 부가세를 부과토록 했다.
이에 환자가 줄고 ‘세금 폭탄’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성형외과 병·의원들이 예치금 형태로 거액을 미리 받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바뀐 법이 시행되기 전에 예치금을 걸어두면 부가세를 더하지 않은 가격에 시술해 준다는 것이다.
지난 31일 서울 신촌 한 성형외과 의원. 인근 대학생들이 주 고객인 이곳은 방학이면 손님도 급격히 줄어든다. 그런데 이날은 이른 아침부터 대기자가 10명이 넘었다.
병원 관계자는 “평소에는 많아야 2∼3명 대기하는데 새해부터 시술비가 올라 해가 바뀌기 전에 시술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이 왔다”고 설명했다.
50대 주부 A씨는 이날 보톡스, 필러, 리프팅 등 자신의 1년 치 각종 피부 시술 비용과 대학생 아들의 여드름 치료비까지 300여 만원을 결제했다. 그는 “병원에서 세금이 부과되면 시술비가 오른다고 해 선결제를 했다”며 “늦게 결정하면 손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할까 말까 망설였던 피부 관리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적게는 50만원부터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예치금을 걸고 가는 손님들이 있다”고 말했다.
병원들은 지인을 데려오면 시술비를 깎아주는 행사와 무이자 할부 등 이벤트도 함께 진행하며 환자를 유혹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직장인 정모(26·여)씨는 “이 병원 저 병원에서 ‘법이 바뀌니 빨리 시술 받으라’는 카카오톡 광고 메시지와 홍보 전화를 지난 한 달 동안 10건 넘게 받았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성형외과 난립으로 경쟁이 치열한데 부가세까지 물게 되면 시술비를 올릴 수밖에 없다”며 “병원 수익성도 악화되겠지만 고객 부담도 늘어나기 때문에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