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2013년 말 시상식 ‘그들만의 잔치’ 여전
입력 2014-01-02 01:33
지상파 3사의 연말 시상식에 대한 비판은 올해도 계속됐다. ‘그들만의 송년회’, ‘방송사 종무식’이란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시청자들의 불만은 컸다. 시청률 지상주의를 앞세운 나눠먹기식 공동수상 남발에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냉담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에미상’, ‘골든 글로브’ 같은 통합 시상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각해도 상 주는 막장 시상식=지상파 연말 시상식에서 MBC 연기대상은 ‘막장 시상식’이라는 호된 비판을 받았다(국민일보 1월 1일자 24면 ‘친절한 쿡기자’ 참조). 공동수상 비율이 전체 40%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공동수상 비율이 30%를 넘은 KBS 연기대상도 식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유재석과 강호동에 가려져 있었던 김준호가 10년 만에 예능 아닌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연예대상을 받은 것은 그나마 평가할 만했다. SBS는 공동수상을 줄이는 대신 연기대상과 연예대상에 10대 스타상, 뉴스타상, 베스트 드레서상, 베스트 패밀리상, 베스트 팀워크상, 베스트 챌린지상, 사회 공헌상, 우정상 등 무수한 상들을 남발했다.
모호한 시상 기준과 방송 윤리의 실종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KBS는 무리한 설정과 상식을 뛰어넘는 극 전개로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듣고 있는 ‘왕가네 식구들’ 문영남 작가에게 작가상을 줬다. MBC는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던 ‘기황후’를 연기한 하지원이 연기대상을 받았다. 잦은 지각으로 구설수에 오른 전현무가 MBC 라디오 부문 우수상을 받는 장면에서는 실소를 터뜨리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SBS도 현지 설정과 조작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정글의 법칙’의 김병만에게 연예대상을 안겨줬다.
◇‘응답하라 1994’는 어디서 상 받나=지상파 연말 시상식이 망가진 원인은 상업성 짙은 보은 행사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광고시장 속에서 시청률 보다 중요한 지표는 없다. 치열한 캐스팅 전쟁을 치러야 하는 방송사 입장에선 스타 한 명이라도 더 챙기고 싶은 심리가 강하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씨는 “방송사들이 상을 남발하는 건 향후 비즈니스를 겨냥해 인기 스타들에게 보답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며 “공로상을 돌리는 사내 송년회처럼 비쳐진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지만 상은 꿈도 못 꾸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tvN ‘응답하라 1994’와 ‘꽃보다 할배·누나’는 안방극장을 넘어 하나의 사회 현상을 이끈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CJ E&M이 별도 시상식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수상의 기쁨을 누릴 방법이 없다. 명품 다큐멘터리 등 시사 교양물과 라디오 프로그램들은 아예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통합 시상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965년 시작한 백상예술대상이 있기는 하지만 인지도가 너무 낮다. 미국 TV 예술과학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에미상’이나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주관하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 등과 같이 지상파와 케이블을 통합한 시상식 형태가 대안으로 꼽힌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