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희망준비금’ 별도로 준다더니 사병 월급 일부를 적립한다고요?

입력 2014-01-02 01:34

‘한 달 생활비가 1∼2만원.’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겠지만 앞으로 현실이 될지 모를 군인들의 실상입니다. 국방부가 최근 추진하겠다고 밝힌 ‘제대군인 희망준비금’ 제도를 두고 참 말이 많습니다. 이 제도는 사병 봉급 중 5만∼10만원을 매달 적립해 전역 때 100만∼2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얼핏 참 좋아 보입니다. 올해 사병 봉급은 지난해 대비 15% 인상됩니다. 이에 따라 병장은 14만9000원, 상병은 13만4600원, 일병은 12만1700원, 이병은 11만2500원의 봉급을 받게 됩니다. 여기서 매달 5만∼10만원을 적립한다는 것이 희망준비금 제도의 취지입니다.

군복무 기간은 육군 기준으로 21개월입니다. 현재 시중은행 적금 상품들의 연이율 2∼3%, 좀 더 높게 잡아 5%를 적용해도 21개월 간 목표액 200만원을 만들려면 매달 9만원이 넘는 돈을 적립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병은 한 달 생활비가 1∼2만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같은 월급 적립식 희망준비금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인터넷은 난리가 났습니다. 일부 매체들이 ‘논란’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조소와 비난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국방의무에 월급 강제적립도 들어가나”(아이디 sumi**** ) “원하는 사람만 신청 받아서 떼어 가세요. 다 모아서 떼어가지 말고”(king****) “5만∼10만원을 추가로 주는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소용이지?”(pci5**** ) “병사월급을 왜 자기들 돈처럼 이리 떼었다 저리 떼었다 생색만 낼까?”(chfu**** ) “병사 봉급이 요즘 얼마 길래 5만∼10만원을 적립한다는 거야?”(rlac****).

희망준비금에 관한 첫 기사에 달린 댓글 5개만 뽑아본 겁니다. 어떤 블로거는 “군인이 초코파이도 하나 못 사먹겠다”는 웃기 힘든 유머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아껴서 매달 적립해 목돈을 만든다’는 제도의 도입 취지 자체는 바람직합니다. 이를 위해 사병 봉급도 대폭 인상했습니다. 하지만 사병들의 봉급이 아직도 최저임금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고 선택 아닌 강제, 그것도 월급 적립이라는 말에 반발이 커진 것 같습니다. 특히 희망준비금은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약속이어서 더 논란의 핵으로 떠올랐습니다.

원래 박 대통령이 약속한 내용은 좀 달랐습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기간 중에 사병 월급을 2017년까지 2배로 인상하고 ‘별도로’ 제대군인에게 희망준비금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호응도 좋았습니다. 적잖은 사병들이 기대도 많이 했고 표도 찍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월급을 적립하는 형식으로 둔갑했습니다. 복지공약 후퇴처럼 막대한 예산 소요 등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대통령이 약속한 사항을 수정하는 일인데도 사정 변경에 대한 국방부의 이해와 설득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소통은 국방부에서도 부재중이었던 것입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