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매진 행진 기록 뮤지컬 ‘고스트’… 첨단기술로 완벽 무대 재현 ‘매직컬’
입력 2014-01-02 01:37
뮤지컬 ‘고스트’의 주인공 샘 위트가 하늘로 올라가며 연인 몰리에게 말한다.
“참 신기하지 않아. 사랑을 가져갈 수 있다는 거.”
대문호 톨스토이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주인공 미하일 천사도 하늘로 오르며 말한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두 주인공이 각기 하나님 품에 안기며 우리에게 남긴 말은 ‘사랑하라’이다.
연일 매진 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뮤지컬 ‘고스트’는 그 제목만으로 크리스천에게 껄끄러운 작품일 수 있다. 한국적 정서로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연인 몰리를 남겨 놓고 억울한 죽임을 당한 셈. 그는 귀신이 되어 이승을 떠돈다.
이 줄거리는 1990년 개봉된 영화 ‘사랑과 영혼’이 원작이다. 페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가 출연한 세계적 흥행작이다. 주제곡 ‘언체인드 멜로디’의 달콤함이 귓가에 맴도는 명화였다.
‘사랑과 영혼’은 톨스토이의 기독교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차용했다. 미하일 천사를 인간으로 대신했을 뿐이다. 천사 미하일도, ‘귀신’ 샘도 하나님께 의지하며 구원을 바란다.
영화를 본 관객은 뮤지컬이 과연 ‘영혼’ 샘을 어떻게 표현해 냈을까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달리는 지하철을 오르내리고, 몰리의 집 벽을 통과하는 장면 등을 어색하게 처리했을 경우 그 맛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대는 소름 끼치리 만치 완성도 높다. 영화 장면과 진배없다. LED영상을 사용한 최첨단 멀티미디어 활용, 마술을 이용한 특수효과가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LED판 7000피스로 감싼 구조물과 섬유강화플라스틱(FRP) 등을 이용한 무대예술도 돋보인다. 게다가 9대의 빔 프로젝트가 만들어 내는 팝 아트적 영상은 3D화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2막 중 연인의 메신저 오다메의 꿈과 환상을 담은 ‘아임 아웃어 히어’는 ‘무대 과학’이라고 할 만큼 기술을 자랑한다. 제작사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가 “판타지적 장면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데 아마도 매직컬(매직+뮤지컬)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라고 했는데 손색없는 자신감이었다.
이 무대과학에 우려되는 건 배우들이 드러나느냐는 것이다. 배우의 동선이 묻히지 않을까 염려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스타성 있는 주원과 아이비, 가창력을 인정받고 있는 김준형과 박지연 등이 각기 샘과 몰리 역을 맡아 무대과학이 주는 건조함에 습기를 불어 넣는다.
이 작품의 묘미 또 하나. 오다메 역의 최정원이란 관록의 배우다. 조연을 맡았는데 주연처럼 보이는 착각이 들 정도다. 그만큼 20년 넘게 주연을 해온 배우의 카리스마가 묻어난다. 샘과 몰리가 ‘내일이 다시 찾아올 거야’라는 애절한 노래로 관객 또한 슬픔이 바닥을 칠 때 그녀가 요란한 점성술사 복장으로 등장한다. 그리곤 “이눔의 시키” “쪽 팔려” “이 볼펜 내가 가져도 될까요? 볼펜 똥이 안나와 좋아요” 등과 같은 속어를 특유의 연기력으로 쏟아내며 반전시켜 버린다. 관객들 한마디. “역시 최정원”이다.
‘고스트’는 2011년 영국 맨체스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첫 선을 보인 뒤 지난해 3월 미국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대작이다. 한국 공연은 아시아 초연이다. 사랑에는 영혼이 있고, 그 영혼엔 하나님이 거하신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답이기도 하다. 6월말까지 서울 신도림역 디큐브아트센터(02-577-1987).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