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슈 앞에 존재감 없는 장관들… 개각說 고개

입력 2014-01-02 02:27


“최연혜(코레일 사장)만한 장관 하나가 없다.”

박근혜정부가 출범 2년차를 시작한 1일 청와대 관계자는 이렇게 내뱉었다. 청와대는 국정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장관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에 대해 매우 못마땅하게 여긴다. 실제로 장관들이 안 움직인다.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수동적인 태도는 여전하다. 이처럼 장관들의 평가가 좋지 못하면서 일부 부처의 경우 수장 교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초 개각설이 관가에서 들끓는 이유다.

정부가 굼뜬 모습을 보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내내 국정과제 추진에 속도를 내 달라며 장관들에 대한 답답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때로는 다그치기도 했지만 정부 출범 초반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장관들이 현안이 벌어졌을 때 너무 움직이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굳이 쓴소리를 해야 움직이는 답답한 분위기가 바뀌지 않고 있다”고 한탄했다.

정부는 철도노조 파업 21일째인 지난달 29일에야 ‘철도파업, 불편한 진실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설명자료를 기획재정부 블로그에 게시했다. 이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철도 민영화와 관련된 각종 유언비어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진 뒤였다. 게다가 하루 뒤인 30일 정치권의 중재로 철도노조가 파업을 중단키로 하면서 정부는 체면을 단단히 구긴 모양새가 됐다.

이마저도 박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남의 일 보듯 하고 있다”며 철도노조 파업에 대처하는 장관들의 수동적 태도를 질책하고 나서야 나온 결과물이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같은 날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 입장에 대한 대국민 홍보 강화를 지시했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틀 뒤 “명분 없는 파업을 계속하는 것은 국가경제의 동맥을 끊는 일”이라며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후 이정현 홍보수석은 지난달 27일 각 부처 대변인들을 모아놓고 홍보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국정홍보비서관이 주재하는 이 회의에 이 수석이 직접 참석하자 부처 대변인들이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 수석은 “철도 민영화란 말이 나왔는데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준다. 대통령이 경쟁체제 도입이라 했는데 이를 제대로 알려 달라”고 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부처 장관들은 파업 초반부터 여론전에 적극적이던 여당보다도 못했다. 선제적으로 이슈에 대응하기는커녕 이슈가 터져도 손을 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최 사장이 직접 현장을 뛰어다니며 강단 있게 철도노조 파업에 대응할 때 관련 부처 장관들은 방관만 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청와대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와 소통하면서 의견을 조율해야 할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지시만 내리고 있고, 부처는 경직된 분위기에서 수동적인 모습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 내부에는 박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이 정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