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지형이 바뀐다] 보수가 진단하는 ‘보수의 문제점’… 부패한 권위주의 탈피 시급

입력 2014-01-02 01:32

“이젠… 바뀌어야” 보수·진보, 변화를 말하다

보수의 사전적 의미는 ‘보전하여 지킨다’다.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는 속성상 보수 세력에게는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한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국내 보수 인사들은 이 같은 점을 우려하면서 수구적이고 부패한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립하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보수 진영의 대표 싱크탱크로 꼽히는 ‘시대정신’의 이재교 대표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보수의 생명은 자유민주주의이고 이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긴요한 가치”라고 말했다.

그는 “법치주의, 헌신, 작은 정부 등 보수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성찰 없이 현상 유지에만 급급한 행태를 보수라고 볼 수 없다”며 “그것은 수구이고 보수와는 명확하게 구별돼야 할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이이재 의원은 “우리나라 보수 세력은 보수의 가치와 지켜야 할 정체성에 대해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수가 갖고 있는 정체성 가운데 ‘경제성장’과 ‘민주화’는 건국 이후 산업화, 민주화 과정 등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달성했다”면서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보편적 가치로 승화시켜야 하는 사명이 보수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 세력이 냉전적인 사고에 매몰돼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반(反)대한민국적인 ‘종북’과 북한 유화 정책은 엄연히 다른데 이를 혼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정원이 북한에 온정적인 의견이나 전면 무상급식 같은 좌파 정책까지 전부 종북으로 몰아 맞대응하다 보니 정치개입 논란이 빚어졌다”면서 “친북·반북으로 편 가르기하는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수=수구’라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보수가 주장하는 가치들이 무조건 폄하되는 현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은 “보수세력 중 일부가 과거에 수구로 불릴 만한 행동을 하면서 국민들에게 보수는 곧 부패로 각인된 측면이 있다”며 “이 때문에 보수가 주장하는 것들이 진정성 측면에서 오해를 받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정부가 시장 친화적 기업 정책을 내놓으면 ‘재벌 특혜’로 해석되고, 국가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세우는 안보 정책을 펼치면 냉전적 사고라는 비난을 받는다”면서 “보수의 과거 행동이 현재 발목을 잡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과거 잘못된 행태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이 보수의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보수가 진보에 비해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한 치열함이 떨어지는 것은 진정성, 자기희생과 연관돼 있다”면서 “실천적 차원에서 진정성, 치열함, 자기희생의 태도를 보여야 국민 대중의 지지를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최초로 사회복지 개념을 도입한 비스마르크도 대표적인 보수 인사”라면서 “보수가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열린 자세로 개혁을 주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보수 세력은 건전한 보수, 개혁적 보수를 늘 견지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기 위해 항상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