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년사 보니… 對南 유화 발언은 숙청사태 추스르기?

입력 2014-01-02 02:27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1일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한 것은 장성택 숙청 이후 대내외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우선 남북 간에 안정된 환경을 조성해 이번 숙청 사태로 어수선해진 내부 상황을 추스르기 위한 포석으로 여겨진다.

◇내부 혼란 무마용=김 제1비서는 신년사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까지 언급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김 제1비서는 “올해는 위대한 수령님(김 주석)께서 조국통일과 관련한 역사적 문건에 생애의 마지막 친필을 남기신 20돌이 되는 해”라며 “우리는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김 위원장)의 유훈을 받들어 올해의 조국통일 운동에서 새로운 전진을 이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년사의 경우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말은 단 한마디도 언급이 없었지만 올해엔 세 차례나 나왔다. 또 ‘선군(先軍)’이라는 단어도 지난해 여섯 차례에서 이번엔 세 차례로 줄어들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상반기에 북한이 지난해 추진했다가 일방적으로 연기한 이산가족 상봉의 재개를 제안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 허용을 요구하면서 당국 간 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는 북한의 움직임이 장성택 처형으로 어수선해진 내부를 다잡기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책 중점을 내부 정세 안정에 두고 있다는 차원으로 보인다”면서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도 계속하고 있어 향후 태도변화 여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민 사상통제 강화 시사=김 제1비서는 장성택 숙청으로 술렁일 수 있는 민심을 잡고 1인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대대적인 사상·교양 사업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신년사 앞부분에서 “당 안에 배겨 있던 종파오물을 제거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며 “우리 당이 적중한 시기에 정확한 결심으로 반당·반혁명 종파일당을 적발 숙청함으로써 당과 혁명대오가 굳건히 다져졌다”고 처형을 정당화했다. 특히 “당 안에 유일적 영도체계를 철저히 세우고 당 조직들의 전투적 기능과 역할을 높여야 한다”며 “일꾼들과 당원들, 근로자들 속에서 사상교양 사업을 강화해 당의 사상과 의도대로만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방점은 ‘농업’=김 제1비서는 경제와 관련해 신년사에서 농업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사회주의 농촌문제에 관한 테제를 발표하신 50돌이 되는 뜻 깊은 해”라고 말했다. 건설에서도 “새로운 번영기를 열어 놓아야 한다”며 세계적 수준의 건축물과 인민생활 개선을 위한 시설을 많이 건립해 인민들에게 보다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을 안겨줘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 제1비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김 제1비서는 김 주석 사후 공동사설로 대체됐던 육성 신년사를 ‘할아버지 따라하기’ 차원에서 지난해 19년 만에 부활시켰다. 올해 육성 신년사 시간은 26분으로 지난해 25분과 비슷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