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효겸] 교육과정 개정과 한국사 교육
입력 2014-01-02 01:49
교육부는 초중등 교육과정 총론을 일부 개정 고시했다. 일반고 육성, 역사교육 강화, 학교체육 활성화, 논술 기초교육 근거 마련 등 주요 교육정책 내용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학교 간 서열화 극복과 학생 진로와 연계된 고교 교육의 수평적 다양화 방안도 포함되었다.
그러나 개정 고시한 총론은 학문중심 교육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인 듯 보이나 인간중심 교육에는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 인성 계발에 등한한 교육은 궁극적으로 성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강화해야 한다.
교육부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7개 한국사 교과서를 대상으로 수정·보완토록 권고했다. 이에 대해 보수와 진보 진영의 의견이 분분했다. 일단은 미봉을 했지만 근본적 갈등은 남아 있다. 수정·보완 사항이 지난해 말까지 마무리되지 않았다면 고교 한국사 교육 파행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사 교과서 검정 심사 발표 후에도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있었다. 교육부는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구성, 운영해 7개 발행사에 총 829건을 수정·보완토록 권고했다. 학계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수정심의회’를 구성해 심의한 결과 788건을 승인하고 41건에 대해서는 다시 수정명령을 내렸다. 일단 각 고교에서 교과서 선정·주문을 지난 30일까지 완료함으로써 내년 2월에 일선 고교 현장에 공급하는 데는 이상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교과서 수정·보완에 대한 불씨는 남아 있다. 교학사를 제외한 6종의 집필진들이 수정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전직 교육부 장관과 원로 역사학자 23명으로 구성된 ‘역사 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우려를 표명했다. 편향된 필자들의 역사관이 지난 10여년간 우리 역사 교과서 집필을 독점해 왔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진보 성향 전문가들은 교학사 역사 교과서가 일본 후쇼사(扶桑社) 교과서에서 쓰고 있는 용어를 일부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역사가의 임무는 역사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던 사건이나 인물을 당대의 시대적 요구와 국내외적 여건에 비춰 객관적으로 조명하는 것이지, 특정 이념적 잣대에 맞춰 재단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무엇보다도 사실적 지식에 바탕을 둬야 한다. 잘못된 표현이나 기술이 있다면 바로잡는 것이 당연하지만 사관과 정치이념에 따라 교과서 자체를 심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수와 진보가 진영으로 갈리어 상호 반목하고 비방한다면 역사인식 갈등의 골은 깊어질 게 뻔하다. 정부는 이에 대한 근원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애국심’을 교과서 검정 통과 기준의 하나로 하고 있다. 이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교육부 교과서 검정심의위원들의 전문성을 의문시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런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남북이 극한 대치를 하고 있는 나라에서 이것도 모자라 각 분야에서 갈등이 들끓는 것은 심각한 걱정거리다. 한국사 교과서만이라도 이념 갈등에서 조속히 벗어나야 한다. 창의성과 독창성을 키우기 위한 검인정 교과서를 발행하는 취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분열을 수습하는 게 더 중요하다. 정부에서는 과거 국정 교과서의 장점이 무엇이었는지를 적극 연구·검토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교과서 검정 단계에서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교과서 검정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보완하길 바란다. 한국사 교과서 문제가 지나치게 정치적 논란과 연계된다면 교육적 본질을 해치게 될 것이다.
김효겸(대원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