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보 굳건히 하되 대북정책은 유연성 발휘해야

입력 2014-01-02 01:48

김정은의 ‘남북관계 개선’ 언급 치밀한 분석 필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새해 첫날 ‘남북관계 개선’ 카드를 들고 나와 주목된다. 꽉 막힌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상황을 주도적,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할 우리 정부로서는 치밀한 분석을 토대로 전향적인 대응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은 1일 육성으로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북남 사이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백해무익한 비방중상을 끝낼 때가 됐으며, 화해와 단합에 저해를 주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민족을 중시하고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과거를 불문하고 함께 나갈 것이고, 북남 관계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할 것”이라며 “남조선 당국은 북남 관계개선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가 “향후 북의 태도변화 여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인 것은 잘한 일이다. 대북 문제에 있어 일희일비는 금물이란 사실을 우리 정부가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김정은의 발언이 장성택 처형 후 어수선한 국내 여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정치적 술수에서 나왔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도발을 준비하면서 화해 제스처를 취하는 양동작전일 수도 있다. 또 남남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위장전술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정부가 곧바로 맞장구를 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북의 진의가 드러날 때까지 일단은 지켜보는 게 좋겠다. 북이 진정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할 의사가 있다면 경색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해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가 할 일은 안보태세를 더욱 굳건히 하는 것이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새해를 맞아 각급 부대에 하달한 지휘서신을 통해 북의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 구축을 지시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어떤 행태로든 남북이 충돌할 경우 관계개선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서 머물 수는 없다. 김정은 발언을 계기로 큰 틀에서 남북 간 화해·협력을 주도적으로 추진해봄 직하다. 주변 강대국들이 치열하게 각축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은 우리 국익을 위해 참으로 시급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핵실험 위협 등 북핵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시사점이 크다. 남한과의 대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북의 진정성이 확인될 경우 정부로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을 즉각 가동해도 괜찮다. 남북 간 교류·협력 사안을 북핵 문제와 별도로 다루지 못할 이유가 없다. 우선은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한 남북 공동투자설명회를 성사시키고, 3통 문제를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 또 무산된 이산가족 상봉을 재추진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소극적으로 임해온 금강산 관광회담 개최를 발전적으로 검토해 봐야겠다. 금강산 관광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