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문제 권위자 류장융 中 칭화대 교수
“한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일본이 한반도에 자위대를 파견하지 않는 상황이 가능하다고 보나.”
류장융(劉江永·60) 중국 칭화(淸華)대 교수는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선전포고를 하면서도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라고 밝혔다”면서 이렇게 반문했다. 류 교수는 한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논의와 관련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등 3대 원칙을 제시한 데 대해 “이는 일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관계 분야 중국 내 학자 가운데 일본 문제에 가장 정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칭화대 당대국제관계연구원 부원장, 중국국제관계학회 상무이사 등을 맡고 있다. 그를 지난 20일 칭화대 내 연구실에서 인터뷰했다.
-일본은 자신이 추구하는 대로 집단적 자위권을 갖게 될 것인가.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해 결정적인 역할을 할 나라는 한국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미국의 매파 세력은 일본 헌법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을 지지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 비슷하다. 일본은 유럽과 미국 등 일본의 직접 침략을 받지 않은 나라들을 먼저 설득해 이에 대한 지지를 확보한 다음 중국과 한국에도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다. 일본의 이러한 행보를 잘 꿰뚫어봐야 한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방공식별구역 선포 등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둘러싼 미국의 입장에 영향을 미쳤는데.
“한국은 미국과 동맹국이다. 일본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이용해 중국과 한국 사이가 멀어지도록 했다. 이럴 때에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집단적 자위권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미칠 영향은.
“집단적 자위권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게 될 곳은 한반도, 중국, 대만 등이다. 일본은 헌법 개정과 상관없이 이미 자위대법을 통과시켰다. 육상자위대 해외 파병도 가능해졌고 어떤 무기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해외에서 일본 교민이 상해를 입게 되면 자위대를 파견할 것이다.”
-중국과 미국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은 ‘재균형’을 추구하고 있고 중국은 대국굴기로 나아가고 있다. 중국이 내세우는 신형대국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미국은 1914년 1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100년 동안 세계 제1의 초강대국 지위를 누리고 있다. 처음에는 독일과 일본, 두 번째는 옛 소련이 미국과 맞섰고 세 번째 도전국은 일본이었다. 중국은 네 번째다. 중국은 옛 소련과는 달리 미·중 양국 간 경제 및 인적 교류가 활발하다. 중국은 일본처럼 미국과 같은 발전 수준에 있는 나라도 아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무역을 증대시킬 수 있는 공간이 아직도 크다. 이는 신형대국관계를 구축해갈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준다.”
-중국이 최근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것은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은 1969년 방공식별구역을 처음 선포하면서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포함시키지 않았으나 1972년 방공식별구역에 넣었다. 중국 항공기가 이곳을 지날 때는 줄곧 일본 항공자위대의 저지를 받았다. 이런 상황이 지난 40여년 동안 계속됐다. 한국 베트남 대만 호주 등 주변 국가들이 모두 방공식별구역이 있는데 주권 국가인 중국은 왜 안 되나.”
-일본의 군사대국화 추구에는 중국 위협론과 북한 핵무기도 구실을 제공했다. 중국은 평화적 굴기를 말하고 있지만 주변 국가들은 중국 위협론과 관련해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중국과 사이가 좋은 나라들은 중국이 강대해질수록 더 안전하다고 말한다. 중국과 기본적으로는 관계가 좋지만 영토 분쟁을 빚고 있는 나라들은 중국 위협론을 말한다. 중국은 개혁·개방 뒤 지난 35년 동안 외교적인 대화를 통해 국경을 접하고 있는 주변 국가들과 영토 문제를 해결해 왔다. 중국 주변 국가들은 중국이 위협인지, 일본이 위협인지 나름대로 판단할 것이다.”
-장성택 처형 이후 비관주의자는 북한 체제 붕괴의 서막이라고 보는 반면 낙관주의자는 김정은 체제가 더욱 안정될 것이라고 보는데.
“장성택이 처형된 뒤 북한 권력구조 내에서 군부의 지위는 더욱 강화됐다. 김정은과 군부는 하나의 공동운명체가 됐다. 이렇게 볼 때 단기적으론 북한 정권이 더욱 공고화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김정은과 군부가 이원화된다면 군대가 김정은 외에 또 하나의 권력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새로운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이 1992년 수교한 뒤 중국은 줄곧 한반도 통일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내년은 청일전쟁 발발 120주년이 되는 해다. 60년이 두 번 흘렀다. 앞으로 60년은 전체 동북아 정세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이 기간에 국가안보가 보장되고 통일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중국 정부는 일관되게 한반도의 평화적이고 자주적인 통일을 지지해 왔다.”
-중·일 관계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멀지 않은 장래에 호전될 가능성은 없나.
“현재로서는 낙관적으로 볼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 일본은 ‘중기방위력 정비계획’에 따라 앞으로 5년 동안 군사력을 강화하게 된다. 더욱이 중국과의 영토분쟁을 이용해 민족주의를 고취시킬 것이다.”
베이징=글·사진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
[격동의 동북아] “日 집단적 자위권 확보 땐 韓·中에 가장 큰 타격”
입력 2014-01-02 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