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경제] “장기침체 따른 저성장 세계경제 뉴노멀 될 수도”

입력 2014-01-02 01:27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가 세계 경제의 ‘뉴 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최근 경기 회복에 관한 낙관적인 전망이 많이 나오지만 1990년대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가짜 새벽’(false dawn)이 올 수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째 금융완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인구 증가에 따른 정상적인 생산성 증가 외에 실제 성장은 없다”면서 “선진국 경제는 만성적인 수요 부진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머스 전 장관이 인용한 ‘장기 침체론’은 1938년 하버드대 앨빈 한센 교수가 처음 사용한 말이다.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하면서 성장률이 점차 감소해 파국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인데, 요즘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 금융위기 이후 5년이 지났으나 세계 경제성장률은 2010년 5.2%를 정점으로 2011년 4.0%, 2012년 3.2%, 지난해 2.9%(추정치)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을 뜻하는 뉴 노멀은 위기 후 5∼10년간의 세계 경제를 특징짓는 현상으로 정의된다. 대공황 이후 뉴 노멀이 정부 역할 증대였다면 금융위기 이후는 저성장, 소비 위축, 규제 강화 등이 뉴 노멀로 지목된다. 반대로 위기 이전의 표준이었던 ‘올드 노멀’은 고성장, 과잉 소비, 위험투자 확대, 규제 완화 등이다. 올드 노멀로 인해 위기를 겪은 뒤 이에 대한 반성으로 뉴 노멀이 등장한 것이다.

뉴 노멀의 핵심인 저성장은 소비와 투자의 부진에 기인한다. 빚을 지면서 소비를 늘려온 가계가 소비를 줄여 부채를 갚고 저축을 늘리고 있으며, 주요국의 재정정책도 위기 후 긴축기조로 바뀌어 민간의 소비·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인구와 경제성장률의 관계를 볼 때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있다. 투자전략 분석업체 ‘리서치 어필리에이츠’는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미국 등 선진국이 대침체(Great Recession)를 맞기 전까지 60년간 유지해온 연평균 3%대 성장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옛날 얘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과거엔 베이비붐으로 젊은 노동력이 대거 공급돼 고성장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신흥국들도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됐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2003∼2007년 신흥국의 높은 성장률이 또다시 반복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며 향후 5∼10년간 신흥시장의 수익률이 낮을 테니 투자를 대폭 줄이라고 권고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