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지형이 바뀐다] 요동치는 표심… 40代가 일낸다

입력 2014-01-02 01:52


올해는 큰 선거가 두 번 예정돼 있다. 6월 전국 지방선거와 많게는 스무 곳 가까이 치러질 7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다. 18대 대선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이기 때문에 선거 이후 정계 구도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선 이후 지난 1년여 동안 드러난 세대 간 대결 심화나 유권자의 이념 지형 등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어떤 변화를 보이느냐에 따라 여야 정치권이 울고 웃게 될 전망이다.

◇보수화된 유권자 이념 지형=우리 국민의 보수화 경향은 뚜렷해졌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달 21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보수라고 응답한 사람은 30.3%, 진보라고 응답한 사람은 22.3%, 중도는 39.3%였다. 보수가 진보보다 8% 포인트 많다.

그러나 대선이 있던 2012년에는 달랐다. 이 기관이 2012년 8월에 연령별·지역별 비율을 똑같이 해서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조사했을 당시에는 진보(25.2%)와 보수(25.6%)의 비율이 비슷했다. 1년4개월 만에 국민들이 보수화된 것이다. 두 조사 모두 유무선 RDD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다. 응답률은 2012년 조사가 19.5%, 2013년 조사는 18.6%다. 특히 40대의 보수화가 눈에 띈다. 2012년 조사에서 40대는 진보(33.3%)가 보수(20.3%)보다 많았지만 지난해 조사에서는 진보 성향(24.9%)이 줄었고 보수 성향(25.4%)은 늘었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1일 “보수 정권이 지속되고 있고, 남북한 대치국면 심화로 안보 의식이 강화됐다”며 “종북 파문 등 여파로 중도 성향 국민들이 보수 성향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정치컨설팅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도 “최근 진보의 비율은 20% 내외로 보수에 비해 10% 포인트 낮다”고 말했다.

◇결집력 높은 50∼60대=보수화의 진행은 새누리당에는 반갑고 민주당엔 우려스럽다. 보수 성향이 주류를 이루는 50∼60대가 18대 대선에서 보여준 표 결집력도 여당에 유리한 대목이다. 그러나 정권 심판론이 부상할 경우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 기초노령연금 후퇴 등 대선 공약 파기 논란이 밑바닥 표심에 줄 영향도 가늠하기 어렵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대선의 유권자 수는 총 4050만7842명이었다. 연령대별로는 40대 > 60세 이상 > 30대 > 50대 > 20대 > 19세 순으로 많았다. 선관위가 지난해 초 전체 선거인의 10%를 표본조사한 결과 5년 전에 비해 20∼30대 유권자는 13만명 줄었고 50대 이상은 37만명 늘었다. 게다가 50대와 60대는 투표율이 82%와 80.9%를 기록한 반면 40대(75.6%), 30대(70.0%), 20대(68.5%), 19세(74.0%)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유권자 규모와 결집력에서 ‘5060세대’가 ‘2030세대’를 앞선 것이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자서전 ‘1291 끝이 시작이다’에서 “2017년 대선에서 2030세대 유권자 비율은 35.7%로 떨어지는 반면 5060세대는 44.4%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5060세대로부터 균형 있는 지지를 못 받으면 정권교체가 아예 불가능한 시대로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투표율은 대선, 총선, 지방선거 및 재보선 순으로 낮아진다. 2010년 지방선거 투표율은 54.5%였다.

◇여야 대결만큼 피 튀기는 야권 내부 지지율 전쟁=정당 지지율은 지난 연말을 지나면서 새누리당 > 안철수 신당 > 민주당 순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 35%, 신당 32%, 민주당 10%, 통합진보당 1%, 정의당 0.4%, 무당파 22%였다. 이 조사는 전국 성인 1207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 방식에 따라 실시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8% 포인트, 응답률 15%다.

올해 선거가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양분하는 전통적인 싸움이 아님을 의미한다. 큰 틀에서는 여야 대결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은 야권 맏형 자리를 놓고, 통진당과 정의당은 진보 맏형 자리를 놓고 각각 격돌하는 구도다.

정당 지지율만 놓고 보면 ‘민주당+안철수 신당+진보 정당’을 하나로 묶어 새누리당과 양자 대결해야 승산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보수층이 강화된 데다 이념 대결에 식상함을 느끼는 유권자 추세, 지역 이슈의 비중이 큰 지방선거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런 계산이 의미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