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YMCA전국연맹 안재웅 이사장

입력 2014-01-02 01:32


“복음·정의·평화가 숨쉬는 사회 만들 것”

한국YMCA전국연맹(한국Y·이사장 안재웅 목사)이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신문물의 전령사로, 민족 지도자들의 산실로 한국 근현대사의 한 축을 차지해 온 한국Y는 새로운 100년을 향한 제2의 출발선에 섰다. 오는 9일부터 한국Y의 지나온 100년의 교훈을 더듬어보고 다가올 100년의 비전을 내다보는 기획연재물 ‘한국Y의 지나온 100년, 다가올 100년’(가칭)이 6개월 동안 매주 목요일 국민일보에 게재될 예정이다. 새 출발을 앞둔 안재웅(74) 이사장을 지난 3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만나 한국Y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참은 참이라 하고 거짓은 거짓이라 말하겠습니다. 오직 진실만을 외치는 시대의 나팔수 역할을 감당해 내겠습니다.”

심각한 갈등과 대립, 분열의 난맥상에 놓인 국내외적 환경 속에서 한국Y의 새로운 100년을 맞이하는 그는 기독교시민운동 단체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우리나라 최초·최대의 기독교시민운동 단체로서 새롭게 거듭나겠습니다. 사람만의 역사가 아니라 모든 피조물이 함께 기뻐하며 전 우주적으로 그리스도의 섭리를 널리 펼쳐 나가겠습니다.”

안 이사장에게 지난 1년은 큼직큼직한 국내외 현안들과 씨름한 시기였다. 한국Y는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는 캠페인을 활발하게 펼쳤다. ‘탈핵(脫核)’ 등 국내 평화만들기 운동을 비롯해 나라 밖으로는 동북아 및 팔레스타인 평화협력운동으로까지 뻗어갔다. 2015년 열리는 ‘제19차 아시아·태평양YMCA총회’ 대전 유치를 이뤄냈고, 한국Y 100주년 준비를 위한 기념사업회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오는 3월 66번째 지역YMCA인 ‘세종YMCA’ 창립을 앞두고 있다.

한국Y가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의미는 각별하다.

“한국의 근현대사는 물론 한국기독교 130년 역사와 궤를 같이해온 단체가 바로 한국Y입니다.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 인권운동에 이어 평화·통일운동에서도 한 부분을 차지해왔죠. 이제는 정의와 평화, 생명과 상생이 자리매김하는 데 힘을 쏟겠습니다. 나아가 지구 공동체의 평화 정착을 위한 민주시민 운동도 함께 전개해 나갈 겁니다.”

한국Y 100주년 기념행사는 ‘생명의 물결, 평화의 바람’(사 65:17)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오는 4월 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된다. 이를 시작으로 ‘8대 기념사업 및 10대 비전사업’ 등 다양한 사업이 펼쳐진다.

특히 5개년 계획으로 펼쳐지는 ‘아시아평화센터’ 설립 사업은 아시아평화지도자 1000명 육성을 목표로 진행된다. “아시아 평화를 위해 시민사회와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펼쳐지는 사업이죠. 청소년과 여성, 기업,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할 겁니다.”

이밖에 윤리적 소비 및 공정무역운동 등을 통해 아시아지역 사회의 지속가능한 개발협력 모델을 찾아나갈 계획이다. 100년 동안 구축해놓은 국제관계를 적극 활용해 ‘지구시민교육운동’을 활성화할 구상도 갖고 있다. 안 이사장은 “무엇보다 그리스도 중심, 회원 중심, 사람 중심, 피조물 중심의 YMCA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며 “사람이 사는 현장에서 지역이 살아나고, 나라가 안정되며, 지구의 생태계가 복원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국Y 10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한국YMCA목적문’도 새롭게 보완된다. 1844년 영국에서 시작된 YMCA운동은 1855년 ‘파리기준’을 준거 삼아 세계적 운동으로 발전해 왔다. 한국Y의 목적문은 1976년 채택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의 목적문에 ‘복음’ ‘생명’ ‘평화’라는 3개의 키워드가 추가될 것입니다. 새로운 목적문과 더불어 2014년은 한국Y의 새로운 때 ‘카이로스’가 될 것입니다.”

이사장으로 활동한 지 17개월째. 그는 한국Y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한 발언도 아끼지 않았다.

“교계 일부에서는 한국Y를 세속적으로 보는 것 같아요. 때로는 한국Y의 기독교 정체성을 의심하기까지 합니다. 모두 근거 없는 추측이요 오해입니다. 한국Y는 태생적으로 에큐메니컬(교회일치·연합) 운동의 중심에 굳건히 서서 활동해 왔습니다. 에큐메니컬 운동의 새로운 이슈를 연구하고, 실천하며, 확산하면서 인재도 키우고 있습니다.” 그는 또 교계에서 회피하고 주저하는 이슈를 과감하게 움켜쥐고 용맹성을 보여주는 곳이 한국Y라고 강조했다.

안 이사장은 오히려 최근 들어 깊은 내홍을 겪고 있는 한국교회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지금의 한국교회는 영적·도덕적 지도력이 많이 떨어지고 허약해진 것 같습니다. 자화자찬만 넘치는 것 같아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답게 저마다 맡겨진 십자가를 기꺼이 질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서 헐벗고, 소외되고, 힘없는 이웃을 향해 뚜벅뚜벅 걷다보면 대오(隊伍)가 불어날 겁니다.”

인터뷰 말미에 안 이사장은 한국Y의 미래이자 나라의 미래인 젊은 세대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한국 청소년의 의식구조를 면밀히 조사하려고 합니다. 이 조사를 통해 젊은 청년세대 문화가 활기차게 자리 잡고 청년의 가치관이 확고하게 정립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오는 9일부터 본보에 연재될 예정인 한국Y 연재물에는 올해 펼쳐지는 한국 및 세계 Y운동의 동향과 전망, 지나온 한국Y의 주요 인물 조명 등이 다뤄진다.

안재웅 이사장=1940년 충북 보은에서 출생했다. 숭실대와 미국 하버드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총무, 세계학생기독교연맹(WSCF) 아시아·태평양지역 총무,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총무 등을 역임하면서 홍콩에서 19년간 활동했다. 현재 다솜이재단 이사장, 한국Y연맹 실행이사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에큐메니컬 운동 이해’ 등이 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