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추 트레인, 부산 금의환향

입력 2014-01-01 02:33

‘1억3000만 달러의 사나이’ 추신수(31·텍사스 레인저스)가 31일 태어나고 자란 고향 부산을 찾았다. 부산 시민들은 그의 금의환향에 열광했다. 추신수는 이날 오후 3시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야구체험 스토리’ 행사장을 찾았다. 추신수는 행사장 내 고(故) 최동원 감독을 추모하기 위해 기념사업회가 마련한 ‘최동원 불멸의 영웅관’을 찾아 유품을 둘러보고 자신의 사인볼을 증정했다. 부산시민들로부터 환영의 꽃다발을 받은 추신수는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어린이와의 시타행사’, ‘사회단체와의 사진촬영’ 등에 참여하며 팬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부산중·고 출신의 추신수는 경남고 출신의 최 감독과 출신 고교는 다르지만 평소 최 감독에 대해 무한한 존경심을 표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추신수는 지난해 초 한 매체를 통해 “‘최동원 데이’를 정해 모든 선수들이 등번호 11번을 달고 뛴다면 레전드에 대한 예의이고, 한국의 야구 문화를 한층 성숙시킬 수 있는 움직임이 아닐까 한다”고 제안했었다. 그는 부산시청에서 허남식 부산시장으로부터 시민들을 대신해 환영을 받았다. 추신수에게 부산은 고향이자 야구인생을 시작한 곳이다. 추신수의 아버지 추소민(62)씨는 가난한 집 장남인 아들을 세계적인 야구 선수로 키우기 위해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갓 한 살이 넘은 아들을 자신의 팔에 매달았다. 힘을 키워 주기 위해서였다. 야구를 시킨 뒤에는 하체를 강화시키기 위해 납덩이를 차고 달리게 했다. 담력을 키워야 한다며 비 오는 밤에 공동묘지로 아들을 내몰았다. 주위에서 “너무 심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추신수의 거침없는 질주의 원동력은 아버지의 애틋한 부정이었다. 추신수의 외삼촌인 박정태 전 롯데 2군 감독은 “아버지의 사랑이 지금의 신수를 만들었다”고 했다. 추신수의 부산행에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까지 눈물겨운 내조를 한 아내 하원미(31)씨와 세 자녀도 함께했다. 마이너리그 시절 추신수는 식대로 매일 5∼6달러를 받으며 어렵게 생활했다. 월 700달러짜리 셋집에서 다른 선수 부부와 화장실과 부엌을 함께 사용해야 했다. 추신수는 “예전엔 명예를 위해 야구를 했지만 이젠 아내와 내 아이들을 위해 뛴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1일 오전 11시 부산롯데호텔에서 팬 사인회를 한 뒤 2일까지 제주도에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부산=윤봉학 김태현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