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개혁의 해] 공공 금융기관 예산 5.1% ‘싹둑’… 공무원 선발규모 2008년 후 ‘최다’

입력 2014-01-01 01:33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움직임이 갈수록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0일 금융위원회가 금융 공공기관 예산을 5% 이상 삭감키로 한데 이어 31일에는 기획재정부가 12개 공공기관의 자산 매각과 복리후생의 하향 조정을 검토하라고 하는 등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산하 공공기관에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강요하는 정부가 막상 자신들은 몸 불리기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또 공공기관이 방만하다고 회초리를 들면서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정부가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안전행정부는 1일 관보와 사이버국가고시센터를 통해 2014년 국가공무원 선발 규모가 4160명에 달한다는 내용의 ‘국가공무원 공개채용시험’ 계획을 공고한다. 이는 지난해보다 412명 늘어난 것으로 공무원 선발 규모는 2008년(4868명)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유정복 안행부 장관은 “대국민 서비스의 차질 없는 수행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각 부처의 충원 수요를 반영해 공채선발 인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산하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각종 예산 삭감 등을 요구하면서 신규인력 채용이 동결되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결과를 낳게 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30일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 8개 공공 금융기관의 올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5.1% 줄이기로 했다. 금감원의 경우 신규인력 충원에 쓸 수 있는 예비비가 20억원가량 삭감됐다. 올해 400명 정도의 신입직원을 뽑았던 기업은행은 내년에 절반 수준인 200명밖에 못 뽑으며 통합이 예정돼 있는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도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

또 정부가 복리후생을 하향 조정하고 알짜 재산 매각 등을 적극 독려할 경우 공기업의 인력 유인 효과가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대놓고 신규 인력을 줄이라고는 못 하지만 각종 비용에 대해 칼을 들이대면 기관들은 투자 감소에 따라 고용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정부의 굼뜬 대응은 추진 중인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의 의미와 정당성을 스스로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서 “2015년에 국민연금처럼 재정 재계산을 해보고 이에 따라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15년이면 박근혜정부가 중반기를 지나는 시점으로 개혁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어 결국 공무원연금 개혁이 유야무야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문제는 공무원연금 대책이 공공기관 부채 못지않게 시급하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연금의 적자 보전액은 1조8953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사실상 전액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공무원연금 적자는 올해 사상 처음 2조원을 넘어서는 데 이어 2020년에는 6조2518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10년간 정부가 보전해줘야 하는 공무원연금 적자만 2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