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수록… 기부는 계속돼야 한다

입력 2014-01-01 03:32


노점상이 푼푼이 모은 돼지저금통, 얼마 안 되는 월급을 쪼갠 외국인 노동자, 지방 대학생의 아르바이트 급여, 어느 가장의 퇴직금, 사회 초년생들의 성금까지…. 장기 불황으로 힘들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들리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세밑을 훈훈하게 해주는 ‘기부 천사’들이 등장했다. 어렵지만 서로 돕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삶의 희망을 던져준다.

경기도와 인천 일대 아파트 단지를 오가며 와플과 다코야키(일본식 붕어빵)를 구워 파는 노점상 김태수(59)씨. 김씨는 매일 첫 손님으로부터 받은 돈을 1년 동안 돼지저금통에 차곡차곡 모아 12월이 되면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한다. 돼지저금통 전달은 이번이 다섯 번째.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전달한 돈까지 합하면 54회에 걸쳐 108만2000원이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세상에는 나눌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다”며 “장사를 하는 한 적은 금액이라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매달 한 차례 보육시설이나 동자승이 있는 사찰 등을 찾아 와플을 만들어준다.

중국 옌볜 출신 리롱지(55)씨는 매달 월급에서 5만원씩 덜어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전달하고 있다. 2011년 2월 9일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35회에 걸쳐 175만원을 냈다. 리씨는 기부 사실을 외부로 알리기를 꺼린다며 취재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단지 “한국에 기여하고 있은 마음”이라고만 이유를 밝혔다고 협회는 전했다.

골수암으로 투병 중인 홀트아동복지회 말리 홀트(79) 이사장은 지난달 17일 협성문화재단으로부터 받은 협성사회공헌상 사회봉사 부문 수상금 5000만원을 홀트아동복지회에 기탁했다. 그는 “입양가지 못한 장애인을 위한 아파트를 짓고 싶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트리 비용을 모아 기부한 교회도 있다. 경남 함양 안의교회(담임목사 김재훈)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하지 않고 그 돈을 모아 지난 15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6000만원을 전달했다.

울산에서는 한 대학생이 사고로 숨진 후배의 이름으로 이웃돕기 성금 99만원을 기부했다. 이 대학생은 지난 30일 울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찾아와 현금이 든 봉투와 함께 편지 한 장을 내밀고 사라졌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을 2011년 군 제대 후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중 사고로 숨진 후배 ‘황승원’의 이름으로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

사회 초년생들의 기부도 훈훈하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최고운(28·여)씨는 20대의 마지막 1년을 기념하며 홀트아동복지회에 72만원을 전달했다. 최씨는 매달 2만원씩 정기 후원도 해왔지만 생일을 맞아 자신에게 주는 생일선물로 또 한 번의 ‘기부’를 택했다. 72만원은 지난 6개월 동안 월급을 조금씩 모아 마련했다. 최씨는 “내년은 20대로 보내는 마지막 해”라며 “서른 살이 가까워지면서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는 느낌이 들어 기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본보 기자들도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국민일보 김유나·정현수·김미나 기자는 노근리평화상 수상과 함께 받은 상금 일부를 유기된 아기들을 위해 내놨다. 김 기자 등은 31일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기를 일시적으로 보호해주고 있는 서울 난곡로26길 주사랑공동체교회에 100만원을 전달했다. 김 기자 등은 ‘입양특례법 때문에 아기를 버립니다’ 제하의 기사로 지난 11일 제6회 노근리평화상 언론 부문을 수상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