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사후 20년, 미래 20년] 강인덕 초대 통일부 장관 “김씨 왕조 20년 안에 붕괴…”

입력 2014-01-01 02:32


강인덕(82) 초대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서 김씨 왕조는 조만간 무너지겠지만 통일이 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강 전 장관은 지난달 26일 북한대학원대학교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김일성 주석 사망 20주년, 그리고 이후의 20년 전망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핵무력·경제건설 병진 노선은 할아버지 김 주석 때부터 가지고 있던 북한의 일관된 정책”이라며 “우리는 통일을 위해 협력과 안보를 균형 있게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주석을 직접 대면한 적이 있는가.

“김 주석을 두 번 만났다. 첫 번째는 1948년 평양고급중학교에 다닐 때 김구 선생을 모시고 학교를 찾아온 김 주석을 만났다. 두 번째는 1972년 11월 남북조절위원회 제2차 회의를 위해 평양에 갔을 때다.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단장이었고, 나는 중정 북한정보국장 겸 남북대화협의회 사무국장으로서 최규하 대통령특별보좌관 등과 함께 위원회 위원으로 평양에 갔다. 일단 카리스마가 대단한 인물로 보였다. 그런데 대화가 안 되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 우리에게 경제 합작을 하자고 했다. 우리가 동의하니까 바로 정치 합작을 하자고 말을 바꿨다. 이산가족 상봉도 마찬가지였다. 생사확인, 서신교환, 상봉 순으로 하지 말고 그냥 헤어진 장소에 가서 만나게 하자고 하더라. 다만 남한에선 북한 사람들이 마음대로 다닐 수 없기 때문에 반공법, 국가보안법, 반공교육 등을 없애라는 억지 주장을 했다.”

-김 주석 사후 북한에서 달라진 점과 바뀌지 않은 점은 무엇인가.

“바뀌지 않은 부분은 대남 전략의 기본 규정이다. 김 주석은 통일에 대해 ‘반미·민족해방 투쟁인 동시에 혁명과 반혁명 사이의 날카로운 계급투쟁’이라고 했다. 이런 기본 규정 하에 지금도 북한에서 군을 강화하고 있고, 남한 내 동조 세력을 포섭하고 있다. 달라진 것은 국제정세다. 중국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였고, 소련은 붕괴됐다.”

-김 주석 사후 남한에서는 여러 정부가 들어섰다. 우리가 계승해나가야 할 것과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고 균형이 맞아야 한다. 북한은 무력과 통일전선(선전전) 중심의 대남 전략을 가지고 있다. 안보를 강화하지 않으면 이것을 막을 수 없다.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는 지원에 중점을 뒀다. 지원한 돈 대부분이 핵 개발로 갔다고 한다. 북한의 혁명 역량을 키워준 셈이다. 반대로 너무 경직되면 북한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현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균형을 잡는다는 것이기 때문에 잘 해나갔으면 좋겠다.”

-최근 장성택 처형이라는 대형 이슈가 터졌다. 그가 처형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북한에선 그동안 선군정치 아래 부정부패가 극심했다. 북한이 이에 당 중심으로 가야 된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 중심이 장성택이었다. 장성택은 군의 힘을 빼면서 외화사업을 노동당으로 가져왔다. 그런데 그 돈을 김 제1비서의 계좌에 넣은 뒤 빼고 써야 하는데 그것을 몽땅 당 행정부에 집어넣은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개정된 노동당 10대 원칙에 위반된 행동을 한 것도 숙청의 이유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숙청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가.

“1960년대 갑산파 숙청 때 1년 후 지방 당 간부 3분의 2가 공석이었다. 그 정도로 대대적인 숙청이 이뤄졌다. 이번에도 간단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방 당에서도 장성택 세력 숙청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년은 더 걸릴 것이다. 또 주목할 점은 북한은 김 주석 때부터 스탈린식 숙청 방법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즉 어떤 사람을 이용해 실권자를 숙청한 뒤 그 사람을 숙청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장성택 처형 후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도 숙청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김 제1비서의 대남·대외 정책 특징은 무엇인가. 이전 김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어떤 차이점이 있다고 보는가.

“김 제1비서가 내세우고 있는 핵무력·경제건설 병진 노선은 할아버지인 김 주석이 1960년대에 내세웠던 ‘국방·경제건설 병진 정책’의 판박이다. 김 위원장은 아예 경제는 놔두고 선군정치를 했다. 그런데 김 주석 때는 중국과 소련이라는 버팀목이 있었다. 지금은 국제정세가 변했다. 지금 북한은 외자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투자를 하기 위해선 시장원리가 작동해야 한다며 이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통일은 과연 이뤄지겠는가.

“정권교체와 북한 붕괴는 구별해야 한다. 20년 내로 김씨 왕조는 무너진다. 아주 빠른 속도로 북한 내에 외부 정보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 붕괴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 국가체제가 무너지는 것, 즉 통일은 국제사회와 연계돼 있다. 주변국이 통일된 한국이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줄 때 이뤄진다. 통일 독일이 주변국들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계속 설득한 서독을 배워야 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