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뜯는 배우자 이상행동 이혼사유 안돼”… 법원, 70대 남성 패소 판결

입력 2014-01-01 01:46

얼굴 피부를 잡아 뜯는 아내의 이상행동 때문에 우울증을 겪게 됐다며 70대 남성이 이혼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A씨(71)는 1971년 B씨(69·여)와 결혼한 후 슬하에 자녀 셋을 뒀다. B씨는 둘째 딸이 1981년 간질 진단을 받자 큰 충격을 받았고 이후 눈 밑 피부를 긁는 이상행동을 보였다. A씨가 운영하던 업체의 부도도 겹쳐 증세는 점점 심해졌다. 눈 밑을 피가 나도록 긁거나 입술 주위를 바늘로 뜯기도 했다.

A씨는 B씨가 치료를 거부하자 혼자 병원에 가서 B씨의 증세에 대해 상담을 받았다. 2006년에는 정신과를 방문해 ‘B씨의 증세는 입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받았다. A씨는 결국 지난해 B씨와 별거를 시작했다. 이어 “30년 동안 B씨의 행동을 참고 견디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이혼 소송을 냈다. B씨가 친지 경조사 참석을 거부하는 바람에 대인관계에 마찰을 빚었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러나 서울고법 가사3부(부장판사 이승영)는 B씨의 이상행동 때문에 혼인관계가 파탄 났다고 보긴 어렵다며 원심과 같이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양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점은 짐작할 수 있다”면서도 “딸의 병과 A씨의 사업실패도 B씨 증세의 한 원인이니 A씨도 감수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