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2014년 예산안 ‘부동의’ 사태 왜?
입력 2014-01-01 01:45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30일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2014년도 예산안에 사상 첫 ‘부동의’를 선언하면서 이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시교육청은 시의회가 기존 예산안을 재의결할 경우 대법원 제소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에서는 “시의회와 시교육청 간의 오랜 정치적 앙금과 소통 부재가 빚어낸 촌극”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교육청이 설명하는 ‘부동의’의 가장 큰 이유는 ‘정책 방향의 차이’다. 문용린 교육감은 “올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감소되고 누리과정과 무상급식 등 교육복지 예산이 크게 늘어나는 열악한 재정여건”이라며 “고정비용 등을 제외하고 교육청이 운용할 수 있는 사업예산은 3600억원 정도인데 470억원(13%)을 증액해 버리면 다른 중요 사업들의 집행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증액된 470억원 중 대부분(77%)에 해당하는 363억원은 이른바 ‘쪽지예산(우선순위 공개절차를 거치지 않은 예산)’이라 불리는 지역구 민원 예산”이라며 “반면 초등 돌봄교실 예산, 스마트스쿨 예산 등은 모두 깎여 해당 정책의 축소 또는 보류가 불가피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시의회의 설명은 다르다. 서울시교육청이 ‘지역구 쪽지예산’ 등의 핑계를 대고 있지만 부동의의 가장 큰 이유는 ‘혁신학교’에 있다는 것이다. 최홍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시교육청은 기존 혁신학교 1곳당 1억4000만원씩 지원되던 예산을 일방적으로 6000만원으로 삭감한 뒤 ‘여기서 10원 한 장도 양보 못 한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며 “시의회가 학교당 예산 6000만원에 학교업무행정보조사 임금 1614만원, 시설비 400만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하자 결국 이런 정치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한 시교육청은 증액된 예산을 시교육청이 동의하지 않은 불법예산으로 보고, 지방자치법 제127조 3항에 따라 집행하지 않을 방침이다. 시교육청은 “감액된 사업 등에 대해서는 내년도 특별교부금을 지원받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추가경정 예산 편성을 통해 의회의 잘못된 결정을 보완하도록 하겠다”며 “시의회가 예산안을 또다시 의결할 경우 대법원에 제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의원은 “보수단일후보로 당선된 문 교육감이 이끄는 시교육청과 민주당이 다수당인 시의회 간 갈등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라며 “이번 사태 역시 혁신학교, 국제중, 학생인권조례 등 주요 교육현안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해 온 시의회와 시교육청의 오랜 소통 부재가 빚어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