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大法 반대에도 추진 논란… 국민참여재판서 공직선거사범 제외

입력 2014-01-01 02:32

법무부가 대법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국민참여재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입법예고했다. 이후 입법 과정에서 국민참여재판 대상 제한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무부는 31일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의 요건을 강화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법원조직법 제32조 1항 6호에 따른 사건은 국민참여재판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해당 규정에는 법정형의 하한이 징역 1년에 미치지 못하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포함됐다. 대부분의 공직선거법 사건이 해당 규정에 포함되기 때문에 사실상 공직선거법이 국민참여재판 대상에서 제외되는 효과가 있다. 법정형이 징역 1년 이상인 공직선거법 사건은 당선인매수죄, 투표함 취거죄 정도밖에 없다.

법무부의 국민참여재판 대상 제한 조항은 지난해 3월 대법원 국민사법참여위원회가 발표한 국민참여재판의 최종안에는 없던 부분이다. 법무부가 대법원이 만든 최종안에 국민참여재판 제한 조항 등을 넣어 입법예고한 셈이다. 대법원은 즉각 반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난해 3월 확정한 국민참여재판 최종안은 시민들과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것”이라며 “법무부가 임의로 추가한 규정들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앞서 법무부가 입법예고하기 전에 실시한 관련기관 의견 조회에서도 국민참여재판 제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의견서를 보냈다. ‘국민참여재판의 최종형태를 국민사법참여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한 법률 취지에 어긋나 찬성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고려대 박경신 교수는 “공직선거법 재판이야말로 국민들의 일반적인 상식을 기준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제한하는 개정안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법무부 관계자는 “다른 사건의 경우에도 법정형 징역 1년 이상인 합의재판부 사건들만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며 “개정안은 그동안 예외였던 공직선거법 사건도 같은 기준으로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의 입법예고는 최근 국민참여재판을 두고 벌어진 정치적 논란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선 후보를 비방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안도현 시인의 국민참여재판 사건에서 배심원단은 전원 무죄로 평결했지만, 재판부는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이를 두고 국민참여재판의 공정성 등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개정안은 오는 20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친 후 국회에 상정된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