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MBC 연기대상’, 보셨습니까. 어떠셨나요.
지난 30일 방영된 MBC 연기대상의 최우수상 수상자가 7명이나 탄생했습니다. 연속극 드라마 남자 최우수상 이정진, 특별기획 드라마 남자 최우수상 주진모·김재원(공동), 미니시리즈 남자 최우수상 이승기, 연속극 드라마 여자 최우수상 한지혜였죠.
특별기획 드라마 여자 최우수상은 신은경이 받았고 미니시리즈 여자 최우수상에는 미스에이 수지가 낙점됐습니다. 우수연기상은 6명, 그 취지를 알 수 없는 황금 연기상도 6명입니다. ‘연기상’ 타이틀이 붙은 상만 총 19개. 한마디로, “참 많이도 줬습니다.”
상을 받은 모든 연기자들은 올 한해 피땀 흘려 MBC 드라마를 빛낸 얼굴들입니다. MBC 입장에서야 모두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일 겁니다.
그러나 “그들의 연기에 어찌 우열을 가릴 수 있으랴”하며 상을 나눠주는 것은 보기 민망합니다. 해마다 연말에 열리는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시청자가 기대하는 것은 그 해의 최우수 연기자 한 사람의 수상소감이지, 모든 연기자들이 상 하나씩 받고 집에 가는 훈훈한 광경은 아닐 겁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온 백성을 먹이신 예수님도 아닐진대, 하나의 상을 쪼개 모든 연기자를 만족시키려는 MBC의 노력이 눈물겹기까지 합니다.
대상은 ‘기황후’의 하지원이 받았습니다. ‘기황후’는 역사 왜곡으로 한 차례 논란이 된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시상식에서 7관왕이라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물론 연기대상은 연기를 논하는 상이며 하지원은 분명 대상을 받을 만한 훌륭한 배우입니다. 그러나 올해 최고시청률 30.3%(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한 ‘백년의 유산’에서 신들린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박원숙이 눈에 밟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재미있는 것은 올 한해 가장 큰 이슈였던 ‘오로라 공주’가 푸대접을 받았다는 겁니다. 주연을 맡은 전소민과 오창석은 신인상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최고시청률이 20.2%까지 치솟았던 드라마가 받은 상 치고는 ‘생색’에 가깝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심지어 상을 받지 못한 배우들의 연이은 불참으로 MBC 연기대상은 시작 전부터 상을 받을 사람이 눈에 훤히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누가 상을 받을까’하는 두근거림이 사라진 시상식. 의외로 최고시청률은 12.5%가 나왔답니다. 이런, 저만 재미없었나 보군요!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최우수상만 7명 ‘트로피 나눠먹기’ MBC 연기대상, 저만 재미없었나요?
입력 2014-01-01 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