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14년 한국, 문제 쉽게 해결하는 역량 키워야

입력 2014-01-01 01:47

엄혹한 한반도 주변 정세… 국익과 산업경쟁력이 우선

한반도 주변 사정이 엄혹하다. 기어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며 계획적인 도발의 행보를 내디뎠다. 과거사 문제에 있어 일본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기대했던 한국은 대일(對日) 전략을 수정해야 할 판이다. 앞으로 윤곽을 드러낼 일본의 헌법해석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문제는 더 큰 갈등을 몰고 올 것이다. 대형 파고가 몰려오는 동북아의 캄캄한 밤에 망나니처럼 칼을 빼드는 일본을 우리는 이웃하고 있다.

부상하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는 미국의 힘이 각축하면서 동북아에는 언제라도 기존의 질서가 변할 수 있는 불안정 요인이 상존한다. 한국은 미국 주도의 신 안보질서 건설 노력에 발맞추어야 하고, 중국과의 화평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한국의 대미(對美)·대중(對中) 관계는 그만큼 어렵고 정교해져야 한다. 북한은 실질적인 위협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장성택 처형은 북한이 지구상에서 가장 무도(無道)한 나라라는 것을 웅변한 사례다. 세계를 향한 공개숙청이라는 점도 역진적이지만, 그 후 중계된 김정은을 향한 북한 전역의 충성맹세는 북한에 문명과 지성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런 사정은 한반도에 검은 비가 내리고 있다고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독자적인 힘을 갖지 못할 경우 한반도는 다시 한번 열강의 각축장이 되어 우리의 운명을 외세가 지배하는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주변국의 전략적 이익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열강들은 한반도의 미래전략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지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대외 여건이 이런데도 우리의 내부 사정은 혼탁하기 이를 데 없다. 철도파업과 국정원 개혁 논의에서도 경험하고 있는 것이지만 우리사회는 간단한 문제도 쉽게 해소하지 못하고 난마(亂麻) 얽히듯 복잡하게 꼬이는 단점을 보이고 있다. 철도 개혁은 국익 우선과 산업경쟁력 확보라는 대의(大義)에서 보자면 간단한 문제다. 그러나 이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은 미숙하고 분열적이다. 정부는 불소통이고, 노조와 외부세력은 본질에서 비켜나 정권을 결딴낼 모양으로 문제를 확산시킨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국은 더욱 혼미해질 것이다.

2014년에는 이런 폐단을 한 차원 극복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먼저 청와대와 여당이 혼신을 다해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국민들이 이해하면 법질서 확립과 안보력 강화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 못하면 정부의 노력은 ‘공안정국화’ 되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섬세하고 고운 지도자의 모습으로 다가와 ‘100% 대한민국’을 외쳤지만, 실제 집권 1년 기간은 그렇지 않았다. 최근 주요 현안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장관들이 업무수행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쇄도했는데, 그것이 권력의 집중·독점화가 야기한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경제 살리기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기업들이 해외투자는 늘리면서 국내 투자에 호응하지 않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야당은 습관적으로 반대하는 거친 정당이 아니라 수권의 기반을 다지는 정책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선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행보를 보이면서 한반도의 다급한 정세나 국정 불안정을 남의 나라 얘기하듯 하는 정당은 소수파의 테두리에 갇힐 수밖에 없다. 집권 여당이 권력에 취해 있거나 오기에 사로잡혀 있을 때 야당은 국민이 바라볼 수 있는 신선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 힘이 없는 야당은 존재가치가 없다.

반도국에 몰아치는 파도를 바라보자. 밤과 일출을 바라보자. 우리 내부에 메아리치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함성인가, 아니면 증오와 갈등이 일으키는 소용돌이인가. 한국은 무엇보다 먼저 문제를 쉽게 해결할 줄 아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 정치권과 정부와 국민 모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