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비자 주머니 털어 적자 메우겠다는 얌체상혼

입력 2014-01-01 01:27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 1.3%다. 1999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판인데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 원재료 가격이 떨어졌는데도 공산품 업체들이 가격을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올리고 있는 탓이다.

롯데제과 해태제과 오리온 등 제과업체와 음료시장 1위인 코카콜라, 제빵시장 1위인 파리바게뜨가 과자와 음료, 빵 등의 가격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인상 폭도 9∼33%로 높다. 소비자들은 식품업계가 대선이 끝난 뒤 대통령 취임식 전까지 권력 공백기를 틈타 두부, 콩나물, 밀가루, 과자 등 가격을 집중적으로 올린 것을 기억하고 있다.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밀과 설탕 가격은 지난해 초보다 각각 23%, 14%씩 떨어졌다. 원재료 가격이 낮아지면 그만큼 원가가 적게 들기 때문에 제품 가격을 낮추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제품 가격을 내린다는 소식은 없고 거꾸로 가격을 또 올린다고 하니 분통이 터진다. 그러니까 기업들이 사리사욕만 채운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일부 업체들은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 인상을 핑계로 댄다는데 군색하기 짝이 없다. 차라리 적자를 메우기 위해 소비자 호주머니를 털 수밖에 없다고 고백하는 편이 낫겠다.

전기요금에 이어 도시가스요금 등 공공요금도 오르고 있다. 수도요금 등도 인상될 예정이라고 한다. 공기업 방만 경영을 손보겠다더니 손쉬운 요금 인상으로 부채를 털어내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서민들은 월급봉투는 얇아지고 자녀 교육비, 전셋값은 치솟아 허리가 휘청이고 있다. 원가절감이나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도둑 심보’나 다를 바 없다.

정부는 원가상승 요인이 없는데도 편법·탈법적인 가격 인상이 이뤄지지는 않는지 한 순간도 감시를 게을리해선 안 된다. 물가는 민심의 향배와 직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