藥補보다 食補… 주부들 ‘정성 식탁’에 가족 건강 있다
입력 2014-01-01 01:27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다고 했다. 가족 건강은 식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올 한 해 가족 건강을 위해 식탁을 어떻게 차릴 것인지, 식품·영양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건강한 식단은 비싼 식재료로 특이한 요리를 하는 게 결코 아니었다. 식탁을 차리는 주부의 정성과 식사를 하는 식구들의 사랑이 어우러진다면 얼마든지 실천 가능한 것들이었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제안한 것은 다음의 5가지다.
①규칙적인 식사=바쁜 생활로 식사시간이 불규칙해졌다. 아침은 거르고, 점심이나 저녁은 폭식을 하게 된다. 폭식은 위에 부담을 주게 마련이다. 불규칙한 식사를 계속하면 우리 몸은 비상상태에 돌입한다. 언제 영양분이 들어올지 몰라 지방을 비축하게 되고, 비만과 성인병 위험이 높아진다. 하루 세끼를 정해진 시간에 먹자. 특히 아침 식사를 거르지 말자. 아침을 먹지 않으면 뇌의 혈당이 낮아져 기억력과 학습능력이 떨어진다. 아침을 먹어야 공복감이 줄어들어 점심에 과식을 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청소년들이나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에게 아침 식사는 필수다.
②균형 잡힌 식단=식단이 서구화되고, 외식이 잦아지면서 열량은 높아지고 영양의 균형은 깨졌다. 동물성 단백질 비율의 증가로 성인병 발생률도 높아졌다. 한국영양학회가 2010년 균형 잡힌 식사 패턴을 보여주기 위해 발표한 ‘식품구성자전거’에 따라 식단을 구성해보자. 식품구성자전거란 앞바퀴는 물이고 뒷바퀴는 6가지 식품군을 적정 비율로 나눈 것으로, 수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균형 잡힌 식사와 적절한 운동을 통해 비만 등 만성질환을 예방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식품의 가장 이상적인 비율은 곡류 34%, 채소 24%, 고기 생선 달걀 콩류 16%, 우유 유제품류 14%, 과일류 10%, 유지·당류 2%다. 이 비율이 일그러져 뒷바퀴가 울퉁불퉁해진다면 자전거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듯이 몸의 균형도 망가진다.
③저염식=짭짤해야 맛있다. 요즘 우리 식탁을 사로잡고 있는 미망이다. 우리는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주요 요인인 나트륨을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의 2.4배 이상 섭취하고 있다. WHO가 권고하는 나트륨 섭취량은 1일 2000㎎ 미만이다. 한꺼번에 소금량을 줄이면 맛이 없다고 느끼게 되므로 음식에 넣는 소금을 3개월마다 5%씩 줄여 나가보자. 소금을 줄이는 대신 고추 마늘 파 후추 허브 등 감칠맛을 내는 향신료를 넣어 풍미를 더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염장·가공·인스턴트식품을 식탁에서 추방하자. 나트륨 배설을 도와주는 칼륨이 많이 들어 있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도록 하자.
④제철 음식과 거친 음식=한겨울에도 먹을 수 있는 딸기와 두릅은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만 비닐하우스에서 햇볕보다는 보일러의 훈기로 길러졌을 것이다. 이렇게 자란 것들은 영양가도 떨어지고, 맛도 덜하며 값도 비싸게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각종 해로운 첨가물이 들어갔을 가능성도 높다. 제철 음식이야말로 이런 우려 없이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공급해준다. 우리 땅에서 키운 제철음식이 바로 식보(食補)다. 또 영양분을 보듬고 있는 거친 음식을 먹자. 화학비료나 농약을 치지 않은 채소 과일을 구입해 껍질째 먹고, 현미 등 가공이 덜 된 식자재로 요리하자. 흰쌀, 하얀 밀가루, 흰 설탕 등 부드러운 식품은 주방에서 치워버리자.
⑤밥상머리 교육을 되살리자=가족의 또 다른 이름인 식구는 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요즘 가족들은 식구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식사를 같이 하지 않는다. 새벽에 나가 밤중에 들어오는 중·고생 자녀들은 하루 세끼 모두 외식을 하고, 직장에 다니는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매일 한 끼 이상 같이 먹는 것이 좋지만 어렵다면 주말 아침이나 저녁만이라도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자. 그 자리에서 부모는 자녀에게 식사예절을 가르치자. 아버지와 어머니 등 어른이 수저를 든 다음 먹기 시작하고 어른이 수저를 놓은 다음 식사를 마친다는 기본예절부터 알려 주자.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하면 가르쳐 준다. 음식을 뒤적거려선 안 되고, 먹을 때 소리를 내는 것도 실례라는 것을 알려 준다. 편식도 바로잡아주고, 음식을 남기지 않도록 이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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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양학회 민혜선 회장(한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한국식생활교육학회 김주현 총무이사(동서울대 호텔조리학과 교수), 한국식생활문화학회 정혜경 전 회장(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한국식품영양학회 송태희 학술이사(배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한국식생활개발연구회 김경분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