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 GO! 영웅傳, 그 잠 못드는 이야기
입력 2014-01-01 01:27
월드컵은 축구 스타들의 산실이다. 펠레(73·브라질)는 1958년 스웨덴월드컵에서 번개 같은 몸놀림과 놀라운 득점력으로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958년 스웨덴월드컵, 1962년 칠레월드컵에 이어 1970년 멕시코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우승을 이끈 펠레는 ‘축구 황제’로 등극했다. 프란츠 베켄바워(68·독일)는 1974년 서독월드컵에서는 선수로,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독일 대표팀의 감독으로 우승을 차지해 ‘카이저(황제)’라는 별명을 얻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선 디에고 마라도나(53·아르헨티나)가 원맨쇼로 아르헨티나에 우승컵을 선사하며 ‘축구의 신’으로 떠올랐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6월 13일∼7월 14일·이하 한국시간)에서도 세계적인 스타들이 전설의 반열에 오를 야망에 부풀어 있다.
‘손세이셔널’ 붉은 태풍주의보… 한국 16강 열쇠 쥔 손흥민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뛰는 손흥민(21·대한민국)은 최근 미국 스포츠매체 ‘블리처 리포트’로부터 브라질월드컵을 빛낼 주요 선수로 선정됐다. 이 매체는 손흥민에 대해 “재기 넘치는 축구 선수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며 “손흥민 덕분에 한국은 유연하고 빠른 역습을 할 수 있다. 드리블은 최고 수준이다”고 치켜세웠다.
손흥민은 예전엔 개인플레이 때문에 홍명보 대표팀 감독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 조직력을 중요시하는 대표팀에서 특정 선수의 ‘튀는 플레이’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손흥민은 스스로를 내려놓고 팀 플레이에 주력했다. 그러자 훨씬 많은 득점 기회가 찾아왔고, 지난 7월 이후 ‘홍명보호’의 A매치에서 가장 많은 득점(3골)을 올렸다. 손흥민은 또 유럽에서 뛰는 태극전사들 중 유일하게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올라 있다.
손흥민은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진행된 아디다스 팬 미팅 행사장에서 “우리 것만 잘하면 러시아, 알제리에는 승리할 수 있다”며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선 3승을 했으면 좋겠다. 반년이 남았지만 준비를 잘해 16강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월드컵 恨 풀겠다… 메시, 진정한 전설되려면 우승해야
국제축구연맹(FIFA)이 세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 4년 연속 수상,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
소속 팀 FC 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이룰 것을 모두 이룬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26·아르헨티나)에게 부족한 것은 월드컵 우승이다.
메시는 2006년 독일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 모두 출전했지만 아르헨티나는 각각 6위와 5위에 그쳤다. 아르헨티나는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월드컵 결승 무대에 오른 적이 없다. 축구 전문가들은 “메시가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안아야 펠레나 마라도나처럼 진정한 전설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11일 레알 베티스와의 2013∼2014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3라운드 경기에서 전반 중반 허벅지 근육 부상을 당한 메시는 다음달 소속 팀 FC 바르셀로나의 첫 경기에서 복귀할 예정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재활에 전념하고 있는 메시는 “오랫동안 바랐던 월드컵 우승을 아르헨티나 국민의 소망대로 이루고 싶다”며 의지를 다졌다.
미친 플레이 시동… 꽃미남 호날두, 최근 골 감각 절정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꽃미남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포르투갈)는 번번이 메시에게 밀려 지난 4년간 FIFA 발롱도르를 수상하지 못했다. ‘만년 2인자’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은 호날두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22년의 역사를 지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조별리그 사상 최다 골(9골)을 넣는 등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 후보로 꼽히진 않는다. 잉글랜드 등과 함께 중상위권 전력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호날두가 지난달 20일 브라질월드컵 유럽지역 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 스웨덴과의 원정경기에서 보여준 ‘미친 플레이’를 펼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포르투갈의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호날두는 월드컵 예선에서만 8골을 터뜨렸다.
호날두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체면을 구겼다. 포르투갈은 16강에서 멈췄고, 호날두는 조별 예선과 16강전에 출전해 1골에 그쳤다. 남아공에서 자존심이 상한 호날두는 “브라질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며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제2 펠레 탄생 예감 ‘팍’… 네이마르, 집안 잔치의 주연
브라질은 자국에서 열리는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을 꿈꾸고 있다. 그 꿈을 이뤄 줄 선수가 바로 ‘제2의 펠레’ 네이마르 다 실바(21·브라질)다. 네이마르는 2012년 런던올림픽 때 은메달에 그쳐 자국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 줬다. 하지만 2013년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브라질에 우승컵을 안기며 골든볼(MVP)을 수상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탁월한 골 결정력, 그리고 프리킥 능력까지 갖춘 ‘팔방미인’ 네이마르는 브라질월드컵에서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엔 셀틱(스코틀랜드)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6차전에선 해트트릭을 작성하는 등 놀라운 골 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네이마르는 최근 메시가 부상으로 빠지자 바르셀로나의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국내 팬들도 안방에서 네이마르의 위력을 생생히 지켜봤다. 지난 10월 12일 네이마르는 한국 대표팀과의 친선경기에서 그림 같은 프리킥 결승골을 터뜨려 강한 인상을 남겼다.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 소속의 브라질 국가대표 수비수 티아고 실바는 최근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네이마르가 브라질을 구원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