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동계올림픽] 격이 다른 金빛 행차 소치는 3여왕을 맞으라

입력 2014-01-01 01:42


2014 소치동계올림픽 개막이 37일 앞으로 다가왔다. ‘뜨겁고, 차갑게, 그대의 것(Hot, Cool, Yours)’이라는 슬로건 아래 펼쳐지는 소치올림픽에는 80여개국 2500여명의 선수가 출전할 예정이다. 스키, 빙상, 바이애슬론, 봅슬레이, 컬링, 아이스하키, 루지 등 7개 종목 및 15개 세부종목에서 총 98개의 금메달을 놓고 기량을 겨루게 된다. 한국은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피겨 등 빙상 종목과 컬링에서 소치행 출전권을 확보했다. 스키와 스노보드 등 설상 종목과 봅슬레이, 루지 등 썰매 종목에서 출전권 획득을 위한 막바지 분투를 벌이고 있다. 설상과 썰매 종목의 경우 1월까지 열리는 월드컵 등을 통해 포인트를 합산하는데, 현재로선 출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꽤 높은 편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최소 금메달 4개를 획득, 종합 7위 입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역대 최고인 대회 종합 5위를 달성했던 한국은 그에 준하는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한국이 예상하는 금메달 4개의 주인공은 모두 여성 선수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피겨 여왕’ 김연아(23)와 ‘빙속 여제’ 이상화(23) 그리고 ‘쇼트트랙 샛별’ 심석희(17)가 이끄는 여자 쇼트트랙(2개)이다.

◇피겨 2연패 노리는 김연아=밴쿠버올림픽에서 압도적인 연기로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던 김연아는 소치올림픽에서도 단연 금메달 1순위 후보다. 소치올림픽을 은퇴 무대로 선언한 김연아는 지난해 3월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2위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 3위 아사다 마오(일본)보다 무려 20점 이상 높은 점수를 받으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런데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너무 열심히 연습한 나머지 지난 9월 오른발 부상을 당했고 이번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를 통째로 걸러야 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시즌 첫 실전 대회였던 지난해 12월 크로아티아의 ‘골든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여전한 기량을 선보이며 우승 후보임을 재확인시켰다. 당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서 73.37점, 프리스케이팅 131.128점을 합한 총 204.49점을 받으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시기에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자 아사다 마오의 204.02점을 넘어서는 점수였다.

비록 김연아가 쇼트프로그램에서 더블 악셀(2회전반) 점프 뒤 중심을 잃으며 빙판을 손으로 짚었고,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3x3)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엉덩방아를 찧긴 했다. 하지만 당시 스케이트장이 규격보다 작고 빙질이 워낙 좋지 않았던 데다 김연아의 체력이 완전하지 않았던 탓이 크다. 따라서 컨디션이 최정점에 올라서고 빙질 좋은 스케이트장이 마련된 소치올림픽에서는 평소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언론도 김연아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기만 하면 카타리나 비트(독일)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2연패의 금자탑을 세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실전감각 부족인데, 김연아는 오는 3∼5일 경기도 고양 어울림누리에서 열리는 전국피겨종합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다시 한 번 소치올림픽 예행연습을 치르는 것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연아는 지난 시즌 컴백 선언 이후 올 시즌처럼 B급 대회인 독일 도르트문트의 NRW대회와 국내에서 열린 피겨종합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며 우승했다.

◇경쟁자 없는 1인자 이상화=‘빙속 여제’ 이상화 역시 최근 기록을 봤을 때 경쟁자를 꼽기도 어려운 1인자의 자리에 올라있다. 이상화는 올해 1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2∼2013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6차 대회부터 지난해 12월 독일 베를린에서 막을 내린 2013∼2014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4차 대회까지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또 지난 시즌 6차 대회(36초80), 올 시즌 1차 대회(36초74), 2차 대회 1차 레이스(36초57)와 2차 레이스(36초36)에서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을 4번이나 경신하며 독보적인 레이스를 이어왔다.

스타트부터 후반 가속도까지 500m 레이스 전체를 완벽한 힘과 밸런스로 소화하는 이상화의 기량에 경쟁자들은 도전장도 제대로 내밀지 못하고 2위 경쟁만 벌이는 형국이다. 지금의 컨디션만 유지하면 올림픽 2연패는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다.

다만 시즌 초반부터 연이은 대회 출전으로 이상화는 최근 감기와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월드컵 3차 2차 레이스를 포기한 데 이어 소치올림픽 국내 리허설 무대로 관심을 끈 제40회 전국남녀 스프린트선수권대회를 기권했다. 이 대회를 기권함에 따라 오는 18∼19일 일본 나가노에서 열리는 ISU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출전권을 얻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실전 감각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으나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가 워낙 올림픽에 임박해서 열리기 때문에 불참을 고려했던 만큼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이상화는 바로 전지훈련을 치르며 현지에 적응하는 쪽을 택할 예정이다.

◇심석희, 쇼트트랙 여왕 군림=차세대 쇼트트랙 여왕 심석희는 전이경·진선유 이후 오랫동안 중국세에 눌려 힘을 쓰지 못하던 여자 대표팀에서 모처럼 등장한 슈퍼스타다. 지난 시즌 처음으로 시니어 무대에 올라온 심석희는 올 시즌까지 월드컵 10개 대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위업을 이뤘다.

심석희는 1000m와 1500m 등 여러 종목에서 두루 강세를 보이는 데다 3000m 계주에서도 한국이 중국을 앞지르는 분위기여서 2관왕 이상이 기대된다. 174㎝의 비교적 큰 키에 강한 체력과 막판 스퍼트가 강점인 심석희는 링크 밖에서는 수줍어서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얼음판 위에서는 강단 있는 승부사 기질이 돋보인다.

◇남자의 자존심, 모태범=이번 소치올림픽은 빙상 세 종목을 대표하는 3명의 여왕이 한국 대표팀의 운명을 끌고 나가는 모양새다. 다만 ‘여인 천하’의 금빛 물결에 남자 선수들의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남자 빙속 단거리 간판 모태범이 대표적이다. 모태범은 밴쿠버올림픽에서 500m 금메달, 10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두 종목 모두 2∼3위를 오르내렸으나 마지막 대회였던 4차에서 두 종목 모두 1위를 차지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동계올림픽에서 언제나 금메달을 안겨주던 효자인 남자 쇼트트랙은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면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노골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 선수들과의 기량 차이가 워낙 미세하기 때문에 경기 당일 컨디션 등에 따라서 얼마든지 메달 색이 바뀔 수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