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 “원정 첫 8강 꿈… 러시아와 첫 경기에 올인”

입력 2014-01-01 01:39 수정 2014-01-01 14:41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을 시작으로 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8회 연속 본선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지난달 초 열린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 추첨에서 한국은 벨기에(국제축구연맹 랭킹 11위), 알제리(26위), 러시아(22위)와 함께 H조에 편성됐다. 한국은 유럽과 남미의 우승 후보들을 모두 피했고, 알제리라는 1승 상대를 만나 사상 첫 해외 원정 8강에 대한 꿈이 무르익고 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지난 3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단과 만나 브라질월드컵에 임하는 각오와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홍 감독과의 일문일답.

-2014년을 맞는 소감은.

“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남은 기간 본선 준비를 잘해야 한다. 지난 7월부터 드러난 문제점을 잘 해결해 본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

-브라질월드컵의 목표는 어떻게 잡았나.

“기본적으로 예선 통과가 목표다. 일단 조별예선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조별예선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와의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러시아전이 나머지 두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첫 경기에 초점을 맞춰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

-감독으로 월드컵에 참가하는 소회는.

“월드컵을 빼놓고 내 인생을 말할 수 없다.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6개월 만에 월드컵에 출전했고, 은퇴를 앞두고 월드컵에 나섰다. 코치로서도 참가했다. 감독으로서 월드컵에 나가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하지만 책임감과 부담 때문에 해야 될 일을 못하면 안 된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벨기에에 0대 2로 패했는데.

“당시엔 상대 전력에 대해 분석하지도 못했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남은 기간 벨기에 선수들의 개인적인 데이터를 준비할 것이다. 러시아, 알제리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상대 선수들의 장단점을 우리 선수들에게 충분히 인지시킬 생각이다.”

-주전 선수의 몇 퍼센트가 완성됐나.

“80% 정도 완성됐다. 좌우 풀백의 능력이 중요하다. 공격 전술의 많은 부분을 좌우 풀백이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 포지션에 관심을 갖고 지켜볼 생각이다. 베테랑을 부르면 문제점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이 많은 선수들도 본선에서 필요하다. 포지션과 연령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

-박주영을 부를 생각인가?

“박주영은 1월 이적시장을 봐야 한다. 이적해서 경기에 나갈 수 있으면 본인과 우리 팀에 좋은 일이다. 오는 3월부터 매경기 한 골씩 넣는 선수가 나오면 모를까 새로운 공격수를 발탁하는 일은 어려울 전망이다.”

-대표팀 내에 갈등설이 있었다.

“해외파와 국내파 간에 갈등이 있다고 밖에서 얘기 들었고, 그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심하진 않았다. 많은 시간을 들여 선수들과 대화하고, 양보하고 희생하며 갈등을 해소시켜 나갔다.”

-스승인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히딩크 감독님을 만나 얘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히딩크 감독님은 ‘첫 게임에 모든 것을 걸라’고 할 것 같다. 히딩크 감독보다 네덜란드 출신 톤 두 하티니어르 전 위트레흐트 감독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러시아 안지 코치였던) 하티니어르는 전지훈련부터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인데, 그를 통해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상황을 체크할 생각이다. 그는 1년6개월 동안 러시아에서 코치로 활약해 러시아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

-이번 전지훈련의 의미는.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참여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선수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3월 유럽에서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5월엔 알제리와 벨기에를 대비한 평가전을 치르고, 최종 상대는 러시아와 비슷한 팀이 될 것이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선수들의 부상이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선수들이 겨울철 경기를 이어가고 있고, 부상당하면 본선에 못 나갈 수 있기 때문에 플랜B를 준비하고 있다. 선수들은 이 시점에선 월드컵에 대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소속 팀에서의 플레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조 추첨에 행운이 따랐다는 말이 있다.

“개인적으로 봐도 나쁘지 않은 조 편성이다. 하지만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없다. 도전자의 입장에서 준비해야 하는데, 조 편성이 좋다고 선수들도 일반인과 같은 마음을 가져선 안 된다. 조별예선 상대팀 감독들이 ‘한국이 16강에서 떨어진다’는 얘기를 하는데, 우린 상대 팀을 자극하지 않겠다.”

-팬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월드컵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내 입장에선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게 중요하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나도 기다려진다. 좋은 과정을 거쳤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 남은 기간 잘 준비해서 팬들에게 좋은 선물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글·사진=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