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비만과 전쟁’… 정크푸드업체 ‘살아남기 전쟁’
입력 2013-12-31 01:30
비만과 전쟁 중인 남미가 소비자를 정크푸드(고열량·저영양 식품)와 떼어놓기 위해 각종 공공정책을 시도하는 실험장이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자 아시아판에서 전했다.
수익 감소가 불가피해진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업체들은 “우리가 남미 경제에 기여한 게 얼만지 아느냐” “비만은 우리 탓이 아니다”라는 식의 논리로 맞서고 있다.
에콰도르는 최근 교통신호등 같은 영양소 표기법을 도입했다. 염분·당분·지방 함량이 높으면 표기란에 붉은색 원을 쳐서 경고하는 방식이다. 안전 수준이면 노란색이나 녹색 원으로 표시한다. 경고 수위에 달한 음식을 팔 땐 동물이나 만화 캐릭터를 홍보에 사용할 수 없다. 크리스마스나 할로윈데이 등과 관련한 홍보도 못 한다. 주요 소비자인 아이들에게 미끼를 쓰지 못하게 봉쇄한 것이다.
칠레와 페루는 맥도날드 등이 장난감을 패스트푸드에 끼워 팔지 못하게 했다. 페루 우루과이 코스타리카는 지난해부터 공립학교에서 정크푸드를 팔지 못하게 한 상태다. 멕시코 의회는 지난 10월 코카콜라 같은 탄산음료와 포장식품에 세금을 더 매기는 이른바 비만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콜롬비아에선 보건부 장관이 탄산음료 과세 방안을 제안했다.
남미 국가들이 정크푸드 퇴치에 나서면서 다국적 음식료업체들은 살길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펩시콜라가 지난해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655억 달러의 12% 이상이 남미인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었다. 비만세가 도입된 멕시코는 코카콜라에 세계에서 두 번째 큰 시장이다.
이들 기업은 남미 정부 관계자들과 비공개로 만나 패스트푸드가 저소득층에겐 주된 먹을거리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고용·기부 등으로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지난 5월 모든 제품 포장에 열량을 표시하고 칼로리가 낮거나 아예 없는 제품 비중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남미 지역 맥도날드 최대 가맹점 아르코스 도라도스 홀딩스의 최고경영자 우즈 스테이튼은 자사 식당들이 식품 규정에 따라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한다고 WSJ에 말했다. 그는 비만이 저소득층에서 가장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 아이들은 맥도날드에 올 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