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명령 효력정지’ 기각됐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한국사 교과서 파동
입력 2013-12-31 01:30 수정 2013-12-31 14:29
교육부가 제시한 일선 고교의 한국사 교과서 선정 기간이 30일로 끝났지만 이를 둘러싼 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교학사 등을 제외한 6종 교과서 집필진이 교육부의 수정명령에 반발해 제기한 ‘수정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기각함에 따라 표면적으로 한국사 교과서 파동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하지만 교과서 채택 결과를 둘러싼 갈등 소지는 여전한 데다 수정심의위원회 명단 공개 등 휘발성 있는 절차가 남아 있어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 마감일까지도 일선 학교의 교과서 선정 논란은 계속됐다.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A씨는 “교과서 선정 과정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 공립고 교장이 교학사 교과서 채택 압력을 넣고 있다는 일선 교사의 전화를 오늘도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이는 교사들의 선택권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교장이 “교학사 교과서를 쓸 수 없다면 좌편향으로 지목된 3개 교과서도 채택할 수 없다”는 지침을 내렸다는 것이다. 학교운영위원연합회 협의회가 고교에 교과서 채택 지침을 제시한 듯한 문서를 보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선정 절차가 끝나도 현장의 갈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어떤 교과서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학교와 학부모 간에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선정 절차를 둘러싼 교사와 교장 간 다툼이 확대 재생산될 여지도 남아 있다.
조만간 이뤄질 교과서 수정심의위원회 명단 공개도 불씨가 될 수 있다. 명단 공개 결과에 따라 자칫 교육계는 물론 학계와 정치권으로까지 논란이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야당 의원들도 교과서 논란과 관련해 점차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교과서 논란은 해를 넘겨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0일 교육부가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최종 승인했음에도 여전히 교과서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최종 승인 후에도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오류·왜곡 논란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각 출판사의 자체 수정·보완 사항을 받아 이를 수정하기로 했다. 오·탈자나 띄어쓰기 등 단순 오류 수정 신청만 받는다고 했으나 실제는 내용 수정 절차에 필요한 과정까지 거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선 고교들은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교과서 내용을 근거로 이를 선택한 셈이 됐다.
정승훈 황인호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