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아동 진술 녹화물 증거 능력 인정 규정은 합헌”

입력 2013-12-31 01:30

법정에서의 증언 없이도 성폭력 피해아동들의 진술이 담긴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도록 규정한 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8세 아동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A씨가 ‘옛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의 2 제5항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합헌)대 3(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해당 조항은 피해아동의 진술을 촬영한 영상녹화물을 조사에 동석했던 사람의 진술로 인정하면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피해아동들이 법정에 출석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입법목적이 정당하며 수단도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의 권리 보장과 피해아동의 보호 사이의 조화를 도모한 것일 뿐 피고인의 방어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는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헌재는 오히려 영상녹화물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봤다. 아동의 진술은 기억과 인지능력의 한계로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는 특수성이 있다. 때문에 법정에서의 반대심문보다는 사건 초기의 생생한 진술을 그대로 보전한 영상녹화물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쪽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이진성·안창호·서기석 재판관은 “피해아동의 일방적인 진술만을 근거로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공정성과 절차적 정의를 갖추지 못한 것”이라며 위헌 의견을 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