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22일 만에 철회] ‘민영화 방지’ 법제화 이견 커 결론 도출 미지수
입력 2013-12-31 02:41
여야 정치권과 철도노조 지도부가 국회 내 협의를 전제로 파업 철회에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노사(勞使) 합의가 아닌 노정(勞政) 합의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실질적인 합의안이 나와도 노사 간 직접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현 과정이 복잡하게 진행돼 상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최대 쟁점인 철도 민영화 방지를 위한 법제화를 둘러싸고도 여야 간 이견이 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국회 소위, 뭘 논의하나=30일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를 조건으로 구성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하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는 철도산업의 중장기 발전 방안을 전반적으로 다룬다는 방침이다. 우선 17조원에 달하는 코레일 부채 해소 방안이 논의된다. 소위 소속 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 두 기관의 35조원에 달하는 부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어떻게 구조조정을 할지 등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고, 공공성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경쟁과 효율에 따른 사적 기업화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여객을 제외한 물류·차량관리·시설 유지보수 등 나머지 분야를 다수의 자회사에 맡기는 ‘지주회사+자회사’ 형태로 코레일을 운영하겠다는 방침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동수로 구성된 소위는 출범 하루 만인 31일 오전 첫 회의를 개최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철도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보고를 듣기로 했다. 국토부 여형구 2차관, 최연혜 코레일 사장 등이 출석할 예정이다.
◇소위 활동 놓고 벌써부터 이견=특히 철도 민영화 금지를 법제화하자는 부분에서 이견이 심하다. 민주당은 신설 법인의 민영화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금지 조항을 법제화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고, 새누리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배’ 등을 근거로 반대하고 있다.
합의를 이끌어낸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모든 것을 다 소위에서 거론할 순 있지만 민영화는 이미 정부에서 하지 않겠다고 국민에게 공표한 사안이니까 문제될 일이 없다”며 법제화 가능성을 낮게 봤다. 반면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민영화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여권은 특히 수서발 KTX 자회사 법인에 발급된 면허 취소가 합의문에 빠진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진행된 조치에 대해서는 일절 거론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 면허 발급 등의 문제에 다른 조건을 붙이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내에는 소위의 범위를 국토부와 코레일 관계자의 의견 청취 정도로 좁게 한정짓거나 소위 구성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류도 있다.
◇징계 논의 왜 없었나=파업 철회 합의문에는 철도노조원들 징계에 대한 문구가 한 줄도 언급돼 있지 않다. 박 의원은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철도노조 측에서 징계 최소화 같은 이야기를 입 밖에도 꺼내지 않아 놀랐다”며 “다만 소위를 구성한 이후 여러 가지가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토위 소속 새누리당 한 의원은 “코레일의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징계 철회와 민·형사상 소송 취하 등은 소위가 다룰 의제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박 의원과 철도노조 지도부는 애초부터 징계 최소화 문제를 합의문에 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과 박 의원은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한 것을 감안해 징계 등을 최소화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아진 유동근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