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도 동북아 역사·영토분쟁 ‘격랑’

입력 2013-12-31 01:53


새해인 2014년에도 동북아시아는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일본의 전략적 필요성과 역사·영토 문제 및 군비 경쟁이 맞물리면서 국제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계속 이슈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또 한·일 관계는 내년에도 여전히 냉랭한 관계를 이어가지만 하반기 들어선 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2014 국제정세전망’ 보고서를 펴냈다.

◇2014년도 격랑의 동북아=동북아는 내년에도 미·중·일·러 등 이른바 한반도 4강과 남북한이 각국의 전략적 이익에 따라 협력하면서도 갈등을 빚는 등 정세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을 통한 역외개입(offshore engagement) 형태의 아시아정책을 계속 추진하면서 역내에서 영향력을 계속 키우려는 중국과 계속 충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해·공군 합동훈련을 본격화하고, 일본 역시 미국과 함께 공동해상훈련을 하는 식으로 대응하면 중·일 간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하반기 들어 정세 변화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시했다. 일본과의 지속적인 갈등은 중국에도 상당한 외교적 부담이기 때문에 일정기간이 지난 뒤 중국은 일본과의 관계 조정을 위한 외교적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일 관계 악화 속 개선 시도 탐색=일본은 내년에도 집단적 자위권 확보, 국가 위기관리태세 강화 등 이른바 ‘보통국가’를 향해 가면서 미·일 동맹 강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또 자국의 역사·영토 교육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한국, 중국과의 갈등 역시 계속 불거질 것으로 예상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가뜩이나 어려운 한·일 관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앞으로 양국 간 고위급 외교·안보 일정이 상당기간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내년 하반기에는 일본이 역사 문제에 대해선 체면을 잃지 않는 선에서 한발 물러설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기했다. 외교안보연구소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커지고, 아베 총리 본인도 신사 참배로 우익세력을 배려했으니 이젠 현실주의로 돌아올 수 있다”며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른 구도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한·일 양국은 하반기 들어 서로 조심스럽게 관계 개선을 시도할 수도 있다.

◇남북관계는 돌발변수에 주목=남북관계는 예년처럼 북한의 내부정세, 북핵 문제, 기타 돌발변수에 따라 휘둘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체제는 남북관계를 자신의 체제 안보 차원에서 이용하면서 정치·경제적 필요에 따라 일시적으로 남북대화와 관계개선을 추구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또 북한은 내년에도 남북관계 개선에 소극적이겠지만 하반기 들어 체제가 안정화되면 경제협력 추진을 위한 남북대화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예상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선 북한이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하거나 핵 활동을 중단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6자회담 역시 재개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다만 북·중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북한은 중국의 정치·안보 협력과 경제지원 대가로 핵 활동 동결에 동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