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日, 과거사 상처 헤집는 행동 없어야”

입력 2013-12-31 01:54

박근혜 대통령은 30일 “새해에는 과거사 상처를 헤집어 국가 간 신뢰를 무너뜨리고 국민 감정을 악화시키는 행동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비판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올해 마지막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기준, 인류사회의 양심에 맞지 않는 행동을 반복한다면 그 나라의 경제력이 크고 부강하다 하더라도 결코 일류국가로 평가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들이 일류국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일류와 일등은 비슷해 보여도 엄연히 다르다”며 “일등은 경쟁에서 남을 이겨 순위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지만 일류는 최고의 품격과 질을 갖추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일류국가론’을 국내 상황에도 적용해 향후 철도노조 파업 사태 같은 일이 또 발생할 경우 거듭 원칙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공공의 이익보다 ‘나’의 이익만을 관철하려 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본적인 질서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일류국민이라고 할 수 없다”며 “사회가 이런 잘못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결코 일류국가가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새해에는 공동체의 가치와 이익을 훼손하는 집단 이기주의 행태가 자제되고 상대를 존중·배려하는 문화가 뿌리내려 상생과 공존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박 대통령은 또 “정부가 개혁을 추진하는 상황을 왜곡하려는 세력들에 대해서는 초기부터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도 있는데 요즘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에 대해 여러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져 나가는 유언비어를 바로잡지 않으면 개혁의 근본 취지는 어디로 가 버리고 국민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했다. 철도 및 의료 민영화에 대해선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지난 10개월 동안 모두 열심히 해준 덕분으로 경기회복의 불씨가 조금이나마 살아났고 새해엔 살림살이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며 “그동안 우리사회에 뿌리박혀 있던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크고 작은 변화와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변화를 가져오는 데에는 그만큼 고뇌와 아픔이 있다. 그러나 그것에 굴복하거나 적당히 넘어가게 되면 결국 국민들에게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에 최초로 여성 검사장과 여성 은행장이 탄생했다”며 “사회 곳곳에서 여성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어 반가운 마음”이라고 반색하기도 했다. 조희진 서울고검 차장검사와 권선주 기업은행장을 겨냥한 언급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 여성들 앞에 놓인 유리천장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