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밀리면 죽을 듯 버티기 일관… 여야, 벼랑 끝 대치로 1년
입력 2013-12-31 03:28
정치권은 올 한 해 ‘밀리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매사에 버티기로 일관하다 세월을 보냈다. 철도파업 철회를 위해 여야가 노력한 것이 매우 이례적일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올해 마지막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창조경제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관련 법안들이 283건이나 되는데 올해 단 한 건만 처리됐다”며 “법안이 통과돼야 경제도 활성화된다”고 강조했다. 역으로 말하면 진작 처리됐어야 할 새 정부의 국정 동력들이 야당의 비협조로 장기간 표류했던 것이다.
이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박 대통령은 민주당 등이 주장한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사과 표명을 거부하며 끝까지 버텼다. 전임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라도 대선에 관해 사과를 하면 부정선거를 인정하는 것이 되고, 정권의 정통성이 훼손된다는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서 밀리면 국정 주도권을 잃는다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그 결과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한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정원 개혁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준예산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며 막판까지 버텼다. 국정원개혁특위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김한길 대표 체제가 날아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새해 예산안을 무기로 벼랑 끝 전술을 택한 것이다.
새누리당 친박계와 민주당 친노계가 한판 붙었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공방 역시 그 내막에는 양측의 버티기 전술이 자리잡고 있었다. 팽팽한 찬반 여론을 빌미로 대화록 원본까지 공개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의 경우 NLL 공방,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이슈에 당력을 집중하면서 대선 패배 이후 제기된 당 개혁 작업에 손을 대지 못했다. 대신 툭하면 농성하고 장외로 나간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커지면서 향후 안철수 신당과 경쟁할 체력을 기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