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李회장 비자금 마련 위해 술집 영수증까지 동원”
입력 2013-12-31 02:38
CJ그룹이 이재현(53) CJ 회장이 운용한 자금의 회계 처리를 위해 술집 영수증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의 비자금을 보관한 비밀금고의 상세한 위치도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김용관) 심리로 30일 열린 이 회장 재판에서 이모(53) 전 CJ제일제당 재무팀장은 “매월 현금 2억∼4억원 정도를 회장실에 보냈다”며 “월말에 영수증이 없으면 술집 웨이터에게서 매달 2000만∼5000만원 정도 영수증을 구해 회계 처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이 1998년부터 6년간 60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허위 처리는 맞지만 돈은 그룹 차원에서 공적 용도로 썼다”고 주장했다. 또 “CJ가 삼성에서 분리되기 전에는 삼성 회장실에도 현금을 전달했다”며 “1988부터 92년까지 한 달에 한두 차례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를 전달했고 당시에는 관례였다”고 밝혔다.
이 회장실 소속 재무2팀이 이 회장의 개인 비밀금고에 법인 자금을 보관한 정황도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44) 전 CJ 재무2팀장은 “제일제당에서 전달받은 현금을 CJ 본사 14층 비밀금고에 보관했다”고 밝혔다.
이씨에 따르면 13층에서 일하는 재무2팀 직원들은 14층 신동기 CJ 부사장의 사무실로 현금을 운반하면서 다른 직원들은 모르는 비밀 계단을 이용했다. 현금 1만원권을 100장씩 묶어 쇼핑백에 담아 운반했고 쇼핑백 윗부분은 신문지로 덮었다. 신 부사장실 내부의 우측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개인 금고로 통하는 방이 나온다. 방의 끝에는 리모컨으로만 열 수 있는 문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무로 된 이 문은 겉보기에는 표시가 나지 않고, 리모컨의 위치는 재무2팀 직원 등 일부 직원들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 문을 열고 복도를 통과하면 비밀금고가 나온다.
이씨는 “금고는 가로·세로 각각 3m로 한 평 정도 크기였고, 신 부사장의 방까지 포함하면 2.5평 정도였다”고 밝혔다. 이어 “수불대장을 쓴 뒤 금고 안에 현금을 쌓아뒀다”며 “금고에는 차명주식 매각 대금도 있었고 이 회장이 이를 장충동 집 수리비와 그림, 차량 구입비 등으로 쓴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변호인은 “금고의 법인 자금은 직원 격려금 등의 공적 용도로 쓰였다”고 반박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