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위법 판결 이후… 동네가게 ‘저작권료 폭탄’ 피하기 전쟁
입력 2013-12-31 02:38 수정 2013-12-31 07:53
작은 카페, 헬스클럽, 상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매장에 틀어놓을 음악을 구하려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음원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바로 재생하는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악을 틀어도 저작권료와 공연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지난달 서울고등법원 판결 탓이다.
‘무명가수가 리메이크한 음악이나 클래식은 저작권료를 안 내도 된다더라’는 식의 잘못된 정보도 퍼지고 있다.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 곡을 틀 수 있게 도와주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서울 대방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6)씨는 지난 25일 크리스마스를 맞아 매장에 캐럴을 틀었다. 시중에 발매된 캐럴음반이 아니라 지인이 기타로 연주하는 것을 직접 녹음했다. 김씨는 “작은 매장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고 해서 음원을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 역시 저작권료와 공연사용료를 모두 내야 한다. 원곡자의 저작권이 소멸되지 않은 데다 매장에 틀어 대중과 함께 듣는 경우 부과되는 공연사용료도 여전히 적용된다. 오히려 그 곡을 직접 리메이크한 것으로 해석돼 추가 비용이 발생할 소지마저 있다.
30일 경기도 광주의 한 카페에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소리와 함께 유럽 가수 나르시스의 곡이 울려 퍼졌다. 지난 7월 매장 내 음원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업체 원트리즈뮤직과 계약한 뒤 제공받은 곡이다. 매장 주인 박모씨는 “음악 선곡은 가게 분위기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며 “서비스 업체를 이용하니 저작권 문제뿐 아니라 선곡 고민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원트리즈뮤직 도희성 대표는 “서울고법 판결 이후 상담 건수가 5배쯤 늘었다”고 말했다.
이런 업체는 저작권 없이 음악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배포한 미신탁 음원(CCL·Creative Commons License)을 찾아 제공한다. 주로 해외 업체와 제휴해 전 세계 미신탁 음원을 찾아서 매장에 공급하는 식이다. 또 국내외 음원 중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저작권이 신탁된 노래도 공급한다. 이 경우 저작권료는 업체가 내지만 공연사용료는 매장이 부담해야 한다. 협회가 아직까진 대형 매장에만 공연사용료를 청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포털사이트의 자영업자 카페에는 “클래식 노래들은 저작권이 소멸돼 틀어도 문제없다”는 잘못된 정보가 올라오기도 했다. 현행 저작권법은 작곡자 사망 후 70년이 지나 저작권이 소멸된 곡이라도 가수나 음반제작사가 보유하고 있는 저작인접권이 살아있을 경우에는 저작권료를 지불토록 하고 있다. 사실상 저작권이 없는 곡은 거의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대형 업체는 자체적으로 매장 음악 콘테스트를 통해 선정된 음원만 재생하기도 한다.
시민단체 오픈넷의 남희섭 변리사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저작권료는 물론 공연사용료까지 이중 부담을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