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 위해…” 짧은 전화통화 남기고 2013년에도 찾아온 전주 얼굴 없는 천사

입력 2013-12-31 01:41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2000년 첫 성금을 기부한 후 14년째 은밀한 기부를 이어가 세밑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30일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따르면 오전 11시15분쯤 40대 후반으로 짐작되는 남성이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왔다. 이 남성은 “‘얼굴 없는 천사의 비’ 옆에 박스를 두고 가니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짤막한 말을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직원들이 현장에 달려가 봤더니 그곳에는 돼지저금통과 A4용지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상자와 저금통 안에는 5만원권·1만원권 지폐와 100원짜리 동전 등 모두 4924만6640원이 들어있었다.

상자 속에는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어렵더라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힌 종이도 있었다. 주민센터 측은 성금을 전달한 시점과 방식, 목소리 등을 종합해볼 때 지난 13년간 찾아왔던 그 ‘천사’가 맞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2000년 4월 58만여원이 들어있는 저금통을 몰래 놓고 간 뒤 해마다 성탄절을 전후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기부했다. 이날까지 15차례에 걸쳐 놓고 간 돈은 모두 3억4699만원이다.

전주시는 2009년 주민센터 앞 화단에 ‘얼굴 없는 천사의 비’를 세워 그분의 높은 뜻을 기리고 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