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금소원 분리·산은 통합안, 상임위 벽도 못넘었다
입력 2013-12-31 01:43
금융위원회가 올해 야심차게 추진한 법안들이 결국 해를 넘길 위기에 놓였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의 독립 설치와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하는 정책금융 개편안 모두 연내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탓이다. 금융위는 내년 초 처리를 목표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30일 “연내에 금소원 분리와 산은·정금공 통합안의 국회 통과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내년 2월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현재의 목표”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 7월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방안’을 내놨었다. 금융위는 당시 올 하반기 관련법안 국회 통과, 내년 2분기 중 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 신설을 목표로 했었다. 지난 8월 발표한 창조경제에 발맞춰 정책금융을 강화하겠다며 내놓은 ‘정책금융 개편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반년 가까이 지났지만 두 법안 모두 국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의 벽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 사태와 코레일 민영화 등 산적한 현안 때문에 국회에서 금융관련 법안은 사실상 찬밥 신세다. 그나마 금소원 분리안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동양그룹 사태로 금융소비자보호의 중요성이 재차 부각되며 여야 의원들 모두 금소원 신설안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정책금융 개편안이다. 현재 이 법안은 발의조차 되지 못한 채 꼬여가고 있다. 정무위원장인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을 중심으로 부산 출신 의원들이 정금공의 부산 이전을 강력히 주장하며 개편안을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이에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의원들을 직접 만나 정금공의 부산 이전 대신 수협중앙회의 이전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사무처장도 지난주 직접 부산출신 의원 모임에 참여하는 등 설득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금융위의 계획이 틀어지면서 해당 기관들은 표류하고 있다. 특히 회사의 존폐가 달린 정금공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진영욱 전 정금공 사장 자리도 법안이 결정될 때까지 계속 비어 있지 않겠느냐”며 “법안 처리가 계속 늦어지면 1년이 넘게 제대로 운영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