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들, 고전 읽어보세요”… 출판사들, 눈높이 맞춘 책 잇단 출간

입력 2013-12-31 01:39


어린이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새롭게 만든 고전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요즘처럼 윤리의식과 도덕성이 희박해지고, 학교나 가정에서도 제대로 인성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변하지 않는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독서의 필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출판사 웅진주니어는 ‘재미만만 우리고전’ 시리즈 중 5권을 최근 선보였다. ‘홍길동전’, ‘허생전’, ‘옹고집전’과 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것뿐만 아니라 ‘강림도령’, ‘김원전’처럼 다소 생소한 이야기도 소개했다. 여기에 초등학생 저학년부터 읽을 수 있도록 실력 있는 동화작가들에게 맡겨 읽기 쉽게 풀어냈다. 등장인물의 성격을 살리기 위해 활자체의 크기와 간격, 행 배열 등을 파격적으로 편집해 시각적인 재미를 더했다. 고전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권선징악 등 인간과 사회에 대한 성찰과 교훈을 좀 더 쉽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출판사 관계자는 30일 “다소 딱딱한 기존의 고전 도서의 한계를 뛰어넘어 재미있으면서도 고전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며 “조선 후기 한글로 쓰인 영웅 소설 ‘김원전’ 등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작품에 대해 독자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청소년 고전 서적은 꾸준히 나오긴 했지만 대부분 교과서,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학습과 연계한 책들이 많았다. 창비의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등은 수 십 만 부 이상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등장한 ‘팥죽할머니와 호랑이’등의 책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여기에 학습 만화 형태로 나온 책들도 많았지만 원전의 의미를 반감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최근 들어 나오는 책들은 ‘고전 읽기’ 그 자체의 목적에 초점을 둘 뿐 아니라 원전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도록 한자 병기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

50년간 출판 외길을 걸어온 문예출판사 전병석 대표는 이번 달 ‘명심보감’을 직접 엮어 펴냈다. 중국 명나라 범립본이 자녀 교육을 위해 1393년 편찬한 ‘명심보감’은 그동안 다양한 형태로 출간됐다. 전 대표는 “세상사는 요령을 가르쳐주는 자기계발서는 넘쳐나지만 정작 자기 성찰을 위한 책은 없는 것 같아 내게 됐다”며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같이 읽어야할 책”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출판사 미래주니어는 지난달 ‘처음 만나는 명심보감’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펴냈다. 명심보감 중 효행, 존심, 근학, 훈자 등 17편의 내용을 엮어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무엇보다 원문을 함께 실은 점이 눈에 띈다. 이에 앞서 이 출판사는 ‘처음 만나는 사자소학’을 펴냈다. 소학의 내용 중 부모, 형제, 사제 등 6편을 묶었다.

최근엔 4∼7세 유아들이 고전을 읽기 전에 접하는 전래 동화책들이 제법 나오는 추세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어린이·청소년 분야 박연희 북마스터는 “고전을 바로 접하기 어려운 유아들에게 조금 쉽게 우리 옛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취지에서 전래 동화 등의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