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결국 법정관리 신청

입력 2013-12-31 02:34

쌍용건설이 결국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택했다. 비협약채권자인 군인공제회의 가압류에 이어 채권단의 추가 지원이 좌절된 데 따른 유동성 악화로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때문이다. 이로써 지난 6월 두 번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지 6개월 만에 다시 법정관리로 내려앉게 됐다. 자본 잠식에 따른 상장폐지도 사실상 확정됐다.

쌍용건설은 30일 오후 이사회를 열어 법정관리 신청을 결의한 후 서울중앙지법에 이를 접수했다. 쌍용건설은 자료를 통해 “회사 자체 노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며 “결정 지연 시 협력업체에 추가적인 피해가 예상되고 국내외 현장에까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법정관리 신청을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사업 분야는 여전히 이익을 실현하고 있지만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민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의 부실화가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의 법정관리행은 부실 사업에 근본 원인이 있지만 가깝게는 군인공제회의 가압류 조치가 결정적이었다. 1200억원의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 PF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한 군인공제회는 지난달 25일 7개 현장 780억원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다. 군인공제회가 채권단의 신규 지원금 중 1200억원을 받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채권단이 추가 자금 지원을 중단했고, 양측은 협상에 나섰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내 시공능력 평가순위 16위로 싱가포르 랜드마크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같은 고난도 건설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온 쌍용건설이 법정관리를 택함에 따라 건설업계의 한숨도 깊어지게 됐다. 당장 1400여개 협력업체들은 2900억원이 넘는 유동성 위기에 처하게 됐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쌍용건설의 법정관리에 따라 협력업체 1400여개의 상거래 채권 2900억여원이 당분간 결제가 불가능해졌다”며 “채권은행들이 이를 감안해 최대한 지원토록 독려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협력업체들에 발생한 일시적인 자금 부족분은 은행들이 적극 지원토록 했고, 무리하게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일도 없도록 지도했다.

한국 건설업계의 해외 이미지 실추도 우려된다. 쌍용건설은 말레이시아 랑카위에 ‘2015 아세안 서밋 회의장’을 비롯해 8개국 17개 사업장에서 약 3조원 물량의 해외 공사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의 전반적인 신인도 하락은 물론 지급보증을 선 국내 금융권 역시 손실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해외 발주처와의 법적 분쟁도 예상된다. 법정관리가 개시되면 회사의 자산, 부채는 동결되고 법원 회생 계획에 따라 부채를 상환한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방지 및 해외 사업장의 완공을 위해 ‘패스트 트랙(Fast-track)’에 의한 조기 졸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우선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B2B 대출) 등 협력업체 거래 은행에 할인어음의 대환 등 유동성 지원 협조를 요청하고 해외 사업장은 회사가 발주처와 적극적으로 협상토록 할 계획이다.

김현길 이경원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