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새 야구인생 설계… 40세까지 현역 목표, 300홈런-300도루 도전

입력 2013-12-31 02:34

‘추추 트레인’ 추신수(31·텍사스 레인저스)가 금의환향했다. 1억30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 계약을 맺은 추신수는 30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가졌다. 2000년 미국으로 건너갈 때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이 목표였다는 추신수는 이제 40세까지 현역으로 뛰며 통산 300(홈런)-300(도루)을 달성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다음은 일문일답.

-초대형 계약을 맺은 감회는.

“새벽 1시 반에 에이전트로부터 계약 소식을 듣고 아내와 함께 지난 13년 동안의 일들을 떠올렸다. 마치 5분처럼 느껴졌다. 아내는 눈물부터 흘렸다. 사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여기 올 때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만 생각했는데, 이번에 큰 보상을 받아 정말 기쁘다.”

-최근 하원미씨가 화제가 됐는데, 아내는 어떤 존재인가

“아내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아내가 미국에 와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지금까지도 미안하고 마음이 아픈 것은 세 아이를 낳는 동안 산후조리를 해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FA 이적에서 가장 우선시한 것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FA라는 걸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한테 그런 기회가 왔기 때문에 정말로 원하는 팀에서 뛰고 싶었다. 팀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은 이기는 팀이었다. 두 번째는 가족들이 얼마나 연고지에서 편안하게 사느냐였다. 텍사스가 이 두 가지 기준에 가장 부합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적극적으로 제안을 해왔다.”

-텍사스로 가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려 달라.

“10개 팀 정도가 나한테 관심을 표현했고, 계약조건이 좁혀지는 과정에서 3개 팀이 남았다. 거기에는 뉴욕 양키스도 있었다. 양키스와 관련해 내가 제안을 거절했다고 언론에 보도됐는데 그렇지 않다. 양키스는 내게 제안을 한 뒤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이후 텍사스에서 구체적인 제안을 해서 가게 된 것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출루율이 좋아진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올해 바뀐 게 있다. 볼 카운트 투 스트라이크 전후의 타격 자세가 달랐다. 올해 1번 타자를 맡으면서 투 스트라이크가 되면 배트를 짧게 잡고 포수가 공을 잡기 전까지 공을 봤다. 그 덕에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성적이 정말 좋았다.”

-올해 몸에 맞는 볼이 많았는데, 타석에 바짝 다가선 것인가.

“공에 바짝 붙은 게 아니라, 안 피한 것이다. 상대 선수들이 ‘바짝 붙는 것도 아닌데 왜 맞느냐’라고 할 정도다. 나는 다만 안 피하는 것뿐이다.”

-올해 자신의 성적에 대한 만족도는.

“100%는 만족 못한다. 타율 3할도 치고 싶었는데 못해서 아쉽다. 비록 팀이 졌지만 개인적으로는 포스트시즌에 나가서 홈런을 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뭐니뭐니해도 올해 가장 보람 있는 성적은 300출루다. 사실 그런 기록이 메이저리그에 있는지 몰랐는데, 신시내티 동료인 조이 보토가 와서 알려줬다.”

-7년 장기 계약을 맺게 돼 책임감을 느낄 것 같다.

“당연히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너무 잘하려고 욕심내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니까 마음을 다스려 평상시 하던 대로 해야 할 것 같다.”

-야구를 하면서 큰 벽에 부딪혔던 적은.

“2007년도 팔꿈치 수술했을 때 경제적으로 어려워져서 한국에 돌아갈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아내가 말렸다. 아내 덕분에 다시 힘을 얻어 열심히 재활했고, 예정보다 빨리 복귀할 수 있었다.”

-왼손 투수에 대한 약점이 지적되는데.

“왼손 투수에게 공을 맞은 이후 공포심이 생겼다. 정신과 의사도 만나 봤지만 내가 이미 타석에서 자신감을 잃은 게 문제였다. 왼손 투수가 살짝 움직이기만 해도 내게 공을 던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겁을 먹고 물러서면 우리 가족이 바깥에 나앉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점점 공이 잘 맞기 시작했고, 자신감이 생겼다.”

-왼손 투수 외에 또 다른 힘든 점은 없었나.

“미국 생활 그 자체다. 18세에 처음 미국에 와서 야구만 했기 때문에 사회생활 하는 법도 잘 모른다. 그동안 외롭고 힘들었다. 그래서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마음도 잘 안다. 이제 정말 자리 잡았으니까 마이너리그 선수들도 살펴보려고 한다.”

-재단 활동도 시작한다고 들었다.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나.

“올해 신시내티의 베이커 감독님에게 ‘야구를 즐기면서 하라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고 물었다. 그때 감독님이 ‘우리는 이미 메이저리그서 뛰고 있다. 뭘 더 원하느냐, 받은 만큼 주는 것이 바로 야구를 즐기는 것이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뜨거워졌고, 재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천천히 장기적으로 준비하겠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