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SK그룹, 하이닉스 인수로 ‘一擧三得’
입력 2013-12-31 01:27
지난해 2월 하이닉스를 품에 안은 SK그룹이 채 2년도 안 돼 표정관리에 애쓰고 있다. 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일거양득을 넘어 일거삼득,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 효과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 오다 최근 ‘승자의 저주’로 몰락한 웅진그룹, STX그룹, 동양그룹 등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SK그룹 관계자는 30일 “그룹 내부에서는 하이닉스 인수로 ‘수출 기업으로서 이미지 제고’, ‘확실한 캐시카우(Cash cow·현금 창출원) 확보’, ‘제조업 강화’라는 3가지 긍정적 효과를 얻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SK그룹은 그동안 SK텔레콤 등이 간판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내수기업 이미지가 강했다. 지난해 그룹 제조부문 매출의 74%에 해당하는 634억 달러가 수출이었고, 올해도 수출액이 600억 달러(약 64조2000억원)를 넘어설 예정이지만 국민에게 각인된 SK의 이미지는 수출기업이 아니다. SK의 주력 수출제품이 일반인에게 생소한 석유화학 제품군에 몰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SK하이닉스의 선전으로 SK그룹이 변신하고 있다. 우선 SK하이닉스의 올해 수출실적이 눈에 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까지 연간 누적 수출액이 9조9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수출액이 45% 증가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예약한 상태다. 더구나 1980년대 이후 국내 수출의 첨병 역할을 해온 반도체라는 익숙한 소재를 통해 SK가 수출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이 쉽게 체감할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든든한 ‘현금원’이기도 하다. 올해 2분기와 3분기에 영업이익이 연속 1조원을 넘어섰다. 4분기에도 D램 가격 상승, 제품 믹스 전환 등 호재가 겹치며 실적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영업이익만 3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영업이익이 4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 덕분에 SK그룹 제조업 부문이 강화되는 효과도 크다. 이동통신과 정유·석유화학을 양대 축으로 삼아 왔던 SK로서는 자동차나 가전제품처럼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제조부분 대표상품이 없다는 점이 늘 아쉬움이었다. SK하이닉스는 이런 인식을 한꺼번에 바꿀 수 있는 대표적 제조업 기업이다. 2만4000여명에 이르는 임직원수가 대변하듯 고용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지역경제에도 상당한 연쇄 후방효과를 미치고 있다. 그룹 전체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SK하이닉스 성공에는 최태원 회장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최 회장은 반도체를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이닉스 인수를 앞두고 개인 교습을 받으며 반도체를 공부했으며, 인수 후에는 이천·청주 공장을 잇달아 방문해 임직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하며 회사 정상화에 힘썼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